1월23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서 이은영 교육원 강사가 수화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서울수화전문교육원(이하 교육원) 5층 입문반 강의실로 다양한 연령의 수강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강의실에 들어온 이은영 교육원 강사가 주먹 쥔 양손을 바닥 쪽으로 향한 뒤 고개를 숙였다. 수강생들도 같은 동작을 취했다. 수화로 “안녕하세요”다. 강사는 손동작에 맞춰 얼굴을 찡그렸다 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감았다를 거듭했다. 수강생들은 손동작뿐 아니라 강사의 표정도 열심히 따라했다. 감정까지 전달하기 위해 수화엔 표정이 필수다.
수화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09년 수강생 2700명이었던 교육원에 2015년 6863명이 몰렸다. 지난해엔 약 7000명이 넘는 이들이 교육원을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가족 중 한명이 농인이 돼 교육원을 찾은 사람, 학생들에게 교양으로 수화를 가르치려고 배우는 선생님 등 수강생 저마다 사연은 다양하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꼽는 이들도 있다. 실제 매번 생중계되던 촛불집회의 본집회 무대엔 수화통역사가 항상 등장했다. 30대 직장인 김아무개씨도 그런 경우다. 지난해 12월 중순께 수화의 기본동작과 표정을 배우는 입문반에 등록한 그는 퇴근 뒤, 주중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교육원을 찾는다. 김씨는 “촛불집회 때 수화통역사가 연설이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온몸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왈칵 눈물이 났다”며 “처음이라 어렵긴 하지만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 어떤 언어든 배우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서울수화전문교육원 복도에 마련된 안내 게시판.
수화 인기에는 지난해 2월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도 영향을 끼쳤다. 농인들의 오랜 꿈이었던 이 법 제정으로 수화는 대한민국 농인의 법적 공용어가 됐다. 수화를 가르칠 교원의 자격도 명시적으로 규정됐다. 일정 조건을 갖춘 수화 교육기관은 정부 예산도 지원받게 됐다. 공공행사, 공영방송 등에 수화 통역을 제공하는 의무를 정부에 지움으로써 수화 통역 수요도 늘어나게 됐다. 김선희 교육원 과장은 “청각장애인들은 밤낮가리지 않고 수화 통역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많은데, 공공기관이나 병원 등에 수화 보급이나 수화 교육 연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의사소통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청각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수화를 배우려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고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분들도 있어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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