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출석 대통령·김 전실장 관련 작심 증언
“대통령 ‘내가 모든 사람 의견 들어야 하느냐’ 역정도”
“대통령 ‘내가 모든 사람 의견 들어야 하느냐’ 역정도”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장관 취임 당시 박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자들을 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정권 출범해서 상당 기간 지켜졌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이 온 뒤 약속이 안 지켜졌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응징 또는 불이익을 끊임없이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한 달 후인 2014년 7월 장관직을 그만두기 직전에 박 대통령을 만나 “블랙리스트라는 차별과 배제의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반대자를 내치기 시작하면 나중엔 한 줌도 안 되는 대통령 편이 남을 거다’고 했지만,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답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1979년부터 문체부에서 근무했던 유 전 장관은 “전두환 정권 때 민중예술인 등의 명단 관리 업무를 하면서 당시 제가 겪은 양심의 가책이나 부담감은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 다 없어졌는데 30년이 더 지난 지금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민주화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국무위원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고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께 ‘국무위원들과 상의를 해야 한다, 혼자 결정하면 합리적인 판단이 안 될 수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의견을 내가 들어야 하느냐’며 상당히 역정을 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국무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김 전 실장이 ‘감히 대통령이 임명한 당신들이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불경한 자세를 보이느냐’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씨제이에서 만든 영화 <변호인>이 나왔을 때 문체부에서 만든 펀드가 이 영화에 투자한 것에 대해 질책하고, 담당 실장을 강제 퇴직시켰다”라고도 말했다.
김지훈 김민경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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