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누드 상태로 묘사한 그림이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맨 위는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고 있는 ‘곧바이전(곧, BYE! 展)'에 출품된 것이다. 누워 있는 여성의 얼굴에 박 대통령 얼굴을 넣었고, 배경이 된 침실 벽 쪽에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으며, 몸 위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과 ‘사드'라고 적힌 미사일, 박 대통령이 키우는 진돗개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박 대통령 옆에는 최순실 씨가 ‘주사기 꽃다발'을 들고 있다. 이는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작인 ‘올랭피아'(가운데)와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의 작품 ‘잠자는 비너스’(아래)를 합쳐 패러디한 것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얼굴을 나체 그림과 합성하는 등의 ‘풍자 작품’ 전시회를 주최해 논란을 빚은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징계 여부를 맡기기로 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반여성적인 측면이 있는 작품을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전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분명히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예술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의도하지 않았을 부작용을 일으킨 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존중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고 밝혔다.
앞서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지난 20일부터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곧바이전’(곧, BYE! 展)을 열었다. 논란이 된 작품 <더러운 잠>은 이구영 작가가 프랑스 유명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와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혼합해 패러디한 것으로, 나체로 잠자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원작과 박 대통령 얼굴을 합성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 여성 의원들도 “여성 정치인 혐오가 담긴 작품 전시를 철회하라”고 반발했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비판글을 올렸다.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곧, 바이전’에 한 보수단체 회원이 전시된 작품의 액자를 부수고 있다. 사진 고경일 상명대 교수 제공.
이 풍자 그림은 보수단체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 있던 <더러운 잠>을 집어 던져 파손한 혐의(재물손괴)로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소속 심아무개(63)씨 등 2명을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대통령의) 나체 그림을 전시해 기분이 나빠서 (그림을) 훼손했다”고 진술하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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