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증인신문에서 고영태 얘기 마구 쏟아내
“고씨, 돈 때문에 최순실과 관계했냐” 등 질문
박대통령 쪽, 이재만·안봉근 불출석은 ‘모르쇠’
“고씨, 돈 때문에 최순실과 관계했냐” 등 질문
박대통령 쪽, 이재만·안봉근 불출석은 ‘모르쇠’
내연관계, 성관계, 동거, 호스트바….
2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은 한편의 ‘막장드라마’였다. 박 대통령 쪽 대리인단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고영태씨 사이의 낯뜨거운 얘기를 여과 없이 쏟아냈다. 탄핵심판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3류 통속소설’ 수준의 변론이 거듭되자 헌법재판관들은 고개를 저었고, 방청객들은 실소를 터뜨렸다.
박 대통령 쪽 대리인단의 정장현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온 차은택(구속기소)씨를 상대로 “고영태가 돈 때문에 나이 많은 최순실과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에 고역을 느꼈다고 한다”, “최순실이 이혼하기 전부터 내연관계였다고 한다”, “2년간 동거했다고 한다”, “내연관계를 유지시킨 것은 돈 때문이었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당사자는 부인하는 내용이거나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탄핵심판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헌재 관계자는 “일국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정교한 법리 대결을 기대했던 재판관들 사이에서는 피청구인 쪽 대리인단의 ‘수준’에 실망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 쪽 대리인단은 “고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재판부에 고씨의 범죄경력(전과) 조회를 신청하기도 했다.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언론에 알렸던 고씨의 이력을 들춰내 진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겠다는 취지다. 고씨는 마약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고씨는 이번 사건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다. 전과가 있는 사람의 말은 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냐. 적절치 않다”며 범죄경력 조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막장 변론’을 진행한 박 대통령 쪽은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가 점점 밝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참으로 괴롭고 구역질 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가 나타나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정국의 원인을 엉뚱하게 고씨에게 돌렸다. 이 변호사는 고씨의 범죄경력 조회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그런 업종, 그런 전과가 있는 사람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고영태는 양심적 내부 고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고씨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법정에서 반대 신문을 못하고 있으니 그의 전과라도 들춰내 ‘본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쪽 대리인단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증인 출석이 가능한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잠적에 대해서는 “노력하고 있다”는 답만 되풀이 했다.
김남일 김지훈 기자 namfic@hani.co.kr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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