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은행 주가연계증권 소송
은행이 주식 팔아 손해 피해
투자자들 원금 25% 까먹어
재판부 “시세 조종 목적 인위 조작”
은행이 주식 팔아 손해 피해
투자자들 원금 25% 까먹어
재판부 “시세 조종 목적 인위 조작”
도이치은행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국내에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 나온 첫 본안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김경)는 20일 김아무개씨 등 투자자 6명이 도이치은행(도이치방크)을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대표 당사자 6명 등 피해자들에게 모두 85억8천여만원과 만기일인 2009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투289 ELS'는 국민은행 보통주와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2007년 8월 모두 198억여원어치가 팔렸다. 헤지 운용사인 도이치은행은 ELS 만기일인 2009년 8월 말께 국민은행 보통주의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높게 형성돼, 계약금액 89억보다 약 30% 높은 113억여원을 상환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러자 도이치은행은 장 종료 시점에 기초자산인 국민은행 보통주를 저가에 대량 매도했다. 이 때문에 종가(5만4700원)가 만기상환 기준가(5만4740원)보다 낮아져, 수익 만기상환조건이 충족되었다면 지급했어야 할 113억여원보다 47억원가량이 적은 약 66억만을 지급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75%밖에 돌려받지 못했고, 2012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이 주식을 매도한 것은 시세를 조종할 목적으로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한투289ELS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는지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한투289 ELS) 상품에 투자했다가 만기일에 약 25%의 손실을 본 투자자 464명에게 효력을 미치게 된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가 대표당사자 자격으로 소송을 낼 경우 다른 피해자들도 제외신고(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것)를 하지 않는 한 판결의 효력을 받게 된다. 한투289 ELS 상품을 만기까지 보유한 투자자 494명 가운데 제외신고를 한 투자자는 30명으로 알려졌다. 이 30명을 제외한 투자자들은 위 손해배상액을 나눠받게 된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 진행이 대법원에서 최종 허가된 것은 도이치은행이 3번째 사례다. 앞서 대법원은 진성티이씨와 캐나다왕립은행(RBC·로얄뱅크오브캐나다) 주주들이 신청한 집단소송도 허가했다. 이 가운데 진성티이씨는 화해로 끝났고, RBC는 1심이 진행 중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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