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둘다 침묵…성창호 판사가 심리
입맞추기 정황 등 드러나 구속 가능성 관측
조 장관 “김기춘 블랙리스트 지시” 진술 부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의 ‘설계자'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20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20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10시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먼저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원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김 전 실장에게 “블랙리스트 존재를 여전히 모르나, 김 실장이 작성 지시했다고 조윤선이 말했다는데 맞는가”라고 물었으나 김 전 실장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비서실장이 법원 청사 안으로 먼저 들어가고 약 5분 뒤 조윤선 장관이 들어섰다. 조 장관 역시 김 전 비서실장처럼 기자들에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장관 모두 포토라인에 잠시 서지도 않고 쫓기듯 법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모두 긴장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굳은 표정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김 전 실장은 ‘죄파 성향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조윤선 장관 역시 재직 때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 장관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언론 보도로 알려졌으나 조 장관은 즉시 문체부를 통해 배포한 대언론 문자메시지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증거인멸로 간주될 수 있는 입맞추기 정황 등이 드러났고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으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신동철 전 차관이 이미 구속된 상황이라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김기춘 전 실장 등의 구속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나면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허재현 서영지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