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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영장 기각…특검팀, 박 대통령 뇌물 수사 차질

등록 2017-01-19 04:57수정 2017-01-19 09:37

특검팀, 이 부회장 보완 수사 뒤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
재단 출연금 및 승마훈련비 지원 등 대가성 입증이 관건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종이백을 들고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종이백을 들고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1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를 디딤돌로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려고 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상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팀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이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4시50분께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후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지 14시간 40분 만이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유치돼 있던 이 부회장은 집으로 돌아갔다.

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 등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는 데에 정부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총 433억원을 박 대통령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 가운데 96억원을 삼성전자 회삿돈을 빼돌려 지원한 혐의도 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한 사실 등과 관련해 위증을 한 혐의도 있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원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 쪽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박 대통령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 것은 맞지만 박 대통령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는 반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지원이라는 대가를 바라고 삼성전자를 동원해 박 대통령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특검팀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이 부회장의 범죄사실에 비춰 볼 때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고, 이 부회장이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법원으로 가는 차에 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법원으로 가는 차에 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비 등 뇌물의 전체 규모는 추려놨다. 특수본은 당시 수사 기간이 짧았던데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입을 닫은 탓에 이 돈의 대가성까지는 입증하지 못했고, 곧이어 출범한 특검팀에 바통을 넘겼다. 특수본은 당시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이 부회장의 자발적인 헌납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현판식을 한 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건 수사에 공을 들이며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사이 금전 거래의 ‘대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삼성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작업이었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의 배후에는 이번 사건의 진원지인 박 대통령과 최씨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공모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직간접 증거를 확보한 뒤 박 대통령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최씨 딸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비를 타내는 대가로 대통령의 각종 권한을 활용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수인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을 지시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특수본 수사 당시에는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다가 특검팀 조사에서는 지원을 한 뒤 사후에 모든 것을 알게 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또 삼성그룹의 의사결정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재임 시절 직접 앉힌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강요 섞인 요청을 받고 이를 최 실장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됨으로써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핵심 연결고리로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을 정면 돌파하려고 했던 특검팀은 이번 수사의 기초설계를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뇌물죄는 뇌물을 준 공여자와 이를 받은 수수자를 함께 처벌하게 돼 있다.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행위로 범죄가 성립된다. 따라서 뇌물공여 혐의를 사고 있는 이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이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반대편에 있는 박 대통령의 수수 행위 입증도 훨씬 수월하게 성립되는 구조다. 하지만 돈을 줬다는 뇌물공여자의 대가성 입증이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부터 벽에 부딪친 것이다.

특검팀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따져 증거관계를 보완한 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거나, 이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하고 곧장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 두 가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법원 구속영장 판단 단계에서조차 확실하게 대가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을 조사하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만큼 추가 수사로 혐의를 탄탄하게 다져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특검팀은 합병건 외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전체 로드맵을 하나하나 따져 대가성 입증을 보완할 계획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이 삼성 합병 이후라는 점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청탁할 동기가 없었다는 삼성 쪽 반박을 허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려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공정거래법 개정) 도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검팀은 ‘대가성이 없다’는 삼성 쪽 주장을 깨려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이런 과정들에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부분을 입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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