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가장 길게 느껴졌을 법한 하루였다. 피의자로 법정에 선 것도, 구치소 경험도 처음이었다.
433억원 뇌물공여 및 횡령, 위증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8일 오전 9시57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다시 나와 수사관들과 함께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법원으로 이동한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몸싸움을 하다시피 기자들을 밀쳐내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맡은 심문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10분까지 3시간40분간 진행됐다. 특검팀은 양재식 특검보, 김창진·박주성·김영철 검사 등 이 부회장을 직접 조사한 검사들을 투입했다. 특검팀은 전날 ‘초강력 압박’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쪽도 특검 조사에 동행했던 판사 출신의 문강배, 검찰 출신 이정호 변호사 외에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송우철 변호사를 새로 투입하며 방어에 나섰다. 송 변호사는 심문이 끝난 뒤 “가장 쟁점이 되는 뇌물공여죄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법원에는 국내외 취재진 2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또 구속 찬반 회견이 번갈아 열렸다.
이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 서관을 드나든 것은 2008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편법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배임·탈세 혐의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기소됐을 때 증인으로 1심 재판에 출석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뒷돈을 쓴 혐의로 직접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
심문을 마친 이 부회장은 오후 3시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유치’됐다. 그는 다른 입소자들과 마찬가지로 신분 확인과 신체 검사 등을 거친 뒤 대기실로 이동해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서울구치소 수감동에는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수감돼 있다.
특검팀은 전날 이 부회장의 유치 장소를 서울구치소로 밝혔다가 밤늦게 ‘특검팀 사무실’로 갑자기 바꿨다. 이 부회장의 구치소 유치 장면을 막으려는 삼성 쪽 요구를 특검 쪽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팀이 구치소에 유치했던 다른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에 이어 특혜 시비까지 번지자, 특검팀은 법원의 판단을 구해 다시 서울구치소로 변경했다.
김남일 허재현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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