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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영장발부 ‘명시적·묵시적 거래’ 판단이 관건

등록 2017-01-17 22:45

특검팀, ‘대통령 말씀자료’ 토대로
독대때 요구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
“구체 진술·물증 확인했다” 자신감

현직 판사 “이, 말 바꾸기 잦아
구속 않으면 증거인멸 가능성”
“삼성 지원-대통령 지시
대가 관계 연결돼야” 지적도
433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돈을 뜯겼을 뿐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삼성 쪽 변호인단과 “대통령과 비선실세를 겨냥한 수백억원 뇌물로 수백조원대 기업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려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정 전후로 예상되는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의 결정에 따라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되거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한다. 특검팀이 17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조사 시기를 “늦어도 2월 초”라고 밝힌 것도, 영장 발부시 최장 20일인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2월6일 또는 7일)을 감안한 셈법이다. 제3자 뇌물제공과 뇌물수수 혐의로 박 대통령을 조사한 뒤 뇌물공여자인 이 부회장을 곧바로 기소한다는 밑그림이다.

뇌물공여죄를 떠받치는 핵심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명시적 언어로, 아니면 은연중에라도 ‘합치된 의사’가 있었는지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과 최순실씨 모녀 지원을 약속·실행했는지, 박 대통령도 경영권 승계에 비상등이 켜진 이 부회장을 위해 ‘합병 찬성 지시’ 등 힘을 써주고 대신 최씨 모녀에게 돈을 주도록 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삼성의 지원, 대통령의 지시라는 두 가지 팩트가 있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대가 관계로 연결돼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 자리에서 어떤 청탁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특검팀 수사가 주변 정황들을 엮은 ‘추정의 추정’이라고 반박하는 것도 이를 노린 것이다.

실제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은 사회·경제적 이슈였다.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통해 동향을 살피거나 찬성 필요성을 검토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특정기업에 도움이 되는 엠오유(MOU)를 체결했다고 해서 이를 뇌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제3자 뇌물죄로 재판을 한다면 이 부회장의 유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방어권 차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반면 특검팀은 2014년 9월, 2015년 7월, 지난해 2월 등 박근혜-이재용 두 사람의 3차례 독대를 전후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한 내용과 삼성 미래전략실 등이 최씨 모녀 지원을 위해 발벗고 뛴 사실들을 두루 확인했다. 특히 두 사람의 독대(2015년 7월25일)를 위해 청와대가 사전에 마련한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배경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있다”,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등 박 대통령이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이 얻을 수 있는 ‘사적 이익’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를 통해 독대 자리에서는 명시적, 또는 최소한 묵시적 상태에서 서로의 요구를 주고받았다고 본다. 특검팀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은 구체적 진술과 물증들을 확인했다”고도 밝히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액보다 그로 인한 이익 취득(경영권 승계)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불구속 재판을 하되 유죄를 선고하며 법정구속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과 삼성의 잦은 말바꾸기에서 보듯, 구속수사를 하지 않을 경우 관계자와 입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날에 맞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기소하며 공소장을 공개한 것도 영장 발부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문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검팀은 또 합병 찬성만을 ‘유일한’ 부정한 청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최씨가 세운 독일 개인회사에 돈을 보내고,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이후에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최종 마무리하기 위한 법률 개정 등 박 대통령이 힘을 써줘야 할 대목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이 부분을 담지 않았지만 이후 주요하게 수사할 대상”이라고 했다.

특검팀이 예상과 달리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도 법원이 느끼는 ‘여론 중압감’을 덜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보는 “뇌물공여로 얻은 수익 자체가 이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나머지 삼성 관계자들은 조력자에 불과하다”면서 “언론들이 지적하는 (삼성의) 경영상 공백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취하게 됐다”고 했다. 법원을 향해 ‘이재용 구속=삼성 위기=국가경제 위기’라는 뻔한 여론전에 흔들리지 말라는 신호인 셈이다.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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