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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987년 박종철, 2017년 촛불과 만나다

등록 2017-01-15 18:16수정 2017-01-15 22:22

14일 오후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2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4일 오후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2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87학번이에요. 그때도 시청에 있었습니다. 참 치열하게 싸웠고, 그래서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겨우 한 발 나간 셈이었네요.”

30년을 돌아, 최우석(49)씨는 중학교 2학년이 된 딸 윤서(15)양과 촛불을 들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서울 기온은 영하 10도였다. ‘우린 늘 여기 있어요. 여기 이곳에. 거리에. 살아있어요.’ 집회 무대 영상 속에서 스물 두 살 청년 박종철의 얼굴과 시민의 마음을 담은 문구들이 겹쳤다.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즉각 퇴진, 조기 탄핵,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은 꼭 30년 전 이날,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인권센터)에서 고문으로 세상을 떠난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박종철은 살아있다!’ 추모제와 결합했다. 2017년 1월14일 광화문광장에 나온 시민 13만명(주최 쪽 추산)은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쳤던 1987년보다 더욱 무겁게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있었다. “다시 시민들이 나왔잖아요. 대통령 퇴진 같은 형식적인 부분을 넘어서 우리가 사회 각 부분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워가야 할테니까요.” 촛불 든 아홉살 아들을 “내 친구이자 동지”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김석준(46)씨가 말했다.

이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서울대민주동문회, 서울대총학생회는 열사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추모제를 진행하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시민들과 만났다. 박종철 열사가 숨지고 6개월 뒤 거리에서 자식을 보낸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는 30년 만에 찾은 광장에서 세월호를 떠올렸다. “자식과 교감을 하지 못하고 산다는 거, 그게 어떤 건지 그 심정을 천번 만번 이해합니다. 저기 세월호 천막 (사진) 속 애들 눈망울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야 된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박종철 열사의 친구 등 서울대 동문 100여명이 모여 만든 ‘철이친구들 행진단’도 초록색 조끼를 맞춰 입고 광화문광장 한 쪽에서 추모전시를 열었다. ‘보고 싶다 종철아’ ‘살려낼게 민주주의’라고 적은 손팻말도 시민과 나눴다. 박 열사의 친구 김찬휘(51)씨는 “군사정권 고문에 굴하지 않고 종철이가 떠난 의미를 촛불 집회에 오신 시민들 마음과 연결해드리고 싶어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고 했다. 또다른 친구 이아무개씨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크게 반성했다. 여전히 변하지 않고 은폐되고 조작되는 것들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버지 세대로 자란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은 본집회가 끝난 저녁 7시께부터 청와대, 국무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대기업 본사가 있는 도심 등 4개 경로를 따라 행진했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여 저녁 8시30분께 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방준호 박수진 허승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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