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입을 열었다. 이날 오후에야 박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윤 행정관은 5일 오후 3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과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묻는 질문에 답했다. 검은색 뿔테에 검은색 코트 안에 옅은 갈색 터틀넥 니트를 받쳐 입은 차림이었다.
윤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7시에서 7시30분 사이에 청와대 본관으로 출근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8시30분께 박근혜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박 대통령의 숙소인 관저로 갔다고 설명했다. 관저에는 책상과 전화기, 컴퓨터, 팩스가 갖춰진 업무용 공간인 집무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텔레비전은 집무실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혼자 간단하게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해서 “매우 단정했다”고 윤 행정관은 기억했다. 그는 “이 시간이면 통상적으로 (박 대통령이) 아침 식사를 마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가 아닌 오전에도 전속 미용사가 왔다’는 보도는 “오보”라고 해명했다.
윤 행정관은 “(대통령의) 호출이 있어서 (관저로) 올라가서 업무를 봤다. 저한테 뭔가를 말씀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업무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이 (뭔가를) 한 것보단 (대통령이) 말씀을 하셔서 제가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업무는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30분께와 오전 9시께 두 차례 (대통령을) 만난 뒤엔 서류를 한 차례 전달하는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관저 집무실 주변엔 윤 행정관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이수 재판관이 “처음엔 오전 9시에 서류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지금 또 10시라고 바꿔서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할 정도로 서류 전달 시기에 대한 기억이 명확하지 않았다. 윤 행정관은 이 질문에 “10시가 맞다”고 답했다.
윤 행정관이 서류를 전달한 후에 의료용 구강 가글액을 전달받아서 집무실 바깥에 가져다 놓은 뒤 인터폰으로 박 대통령이 가져가도록 알렸다고 증언했다.
윤 행정관은 이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사실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은 와이티엔(YTN)에서 헬리콥터를 띄워 오전 10시40분께부터 세월호가 뒤집혀 있는 상황을 생중계했다. 그는 “관저 와서 업무 보는데 긴급 속보라고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후 오전 중 안봉근 당시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이 “급한 상황 때문에 뛰어와서 (대통령을) 직접 대면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오전에) 관저를 찾아온 직원은 안봉근 비서관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집무실은 윤 행정관의 방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고, 당시에 윤 행정관이 문을 열어둔 상태였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간 사람이 있다면 윤 행정관이 알 수 있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윤 행정관은 “오전에는 구조가 되었다고 해서 매우 안정적인 분위기였다가 오후에 갑자기 상황이 급변해서 ‘배가 침몰했다는 기사가 나와서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해서 갑자기 서류도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엔 전달한 서류가 하나인데 오후에는 많이 온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평소 정오에 관저에 마련된 개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지만 이날은 “이보다 늦은 시간에 들어가, 빨리 식사를 마쳤다”면서 “평소 식사는 30분 정도 걸리는데 그날은 10~15분 걸렸다”고 윤 행정관은 진술했다.
윤 행정관은 세월호 당일 청와대 관저에 들어온 ‘외부인’은 미용사와 메이크업 담당자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일 피부과 전문의 김영재씨가 청와대에 들어와서 미용시술을 해서 머리가 헝클어져 미용사가 머리를 손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미용사와 메이크업 전문가 빼고는 외부인이 온 것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오후에 윤 행정관은 직접 청와대 근처에서 미용사를 데리고 청와대 관저로 들어왔다. 윤 행정관은 “오전까지는 괜찮았다가, 오후에 상황이 급변돼서, 바로 중대본 방문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미용사를 모시고 와야 했다”고 말했다. 미용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상황이 상황인 만큼 민방위복을 입고 있었고, 일부러 헝클어진 스타일의 머리를 연출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윤 행정관은 “오보다. 미용이 끝난 뒤에 제가 직접 민방위복을 챙겨드렸다”라며 “(머리가) 평소와 다르게 머리 뒤쪽이 정리가 안 돼 있어 놀랐던 게 기억난다”라고 말했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 머리 손질에 1시간30분 걸렸다’는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평상시보다 머리 만지는 시간이 빨랐다. (중대본 방문을) 준비하는 중간에 급하게 들어오고 생각보다 너무 빨리 나와서 놀란 기억이 있다. 평소엔 30~40분 걸린다면, 이날은 20분도 안 돼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당일 오후엔 정호성 당시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이 관저로 와서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전엔 안봉근 비서관이 오후엔 정호성 비서관이 올라왔다”면서 “(전원구조 됐다는) 오보 때문인지 모르지만 정 비서관이 급하게 왔다”고 말했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이날 정상적으로 집무를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적인 업무를 하셨고, 제 근무 범위 안에선 의혹(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실제로는)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윤 행정관은 이날 오후 8시 이전에 퇴근한 것으로 기억난다고 증언했다. 윤 행정관은 “당직 근무 있으면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관저에서 잔 적이 있고, 업무가 많으면 3, 4일 연속으로 잔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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