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가 2015년 7월 19일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 관계 당국이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씨 등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본격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정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 등으로 인해 정씨의 송환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철성 경찰청장과 경찰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2일 오전 7시께 덴마크 경찰이 정유라를 포함한 5명을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3시50분(현지시간 1일 저녁 8시)께 검거하였다는 인터폴 전문을 접수했다. 경찰청은 “덴마크 경찰에 따르면, 현지 제보를 바탕으로 올보르그 시의 주택에서 정유라를 포함한 4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하였는데, (이와 별도로) 검거 당시 2015년생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60대 여성과 20대 남성 2명이 함께 체포됐으나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정유라씨에 대해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요청한 적색수배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한국 법무부와 경찰청은 촌각을 다투는 시간 싸움에 돌입하게 됐다. 적색수배란 범죄용의자의 체포·송환을 위해 인터폴이 내리는 가장 강력한 국제수배 조치다.
앞서 지난달 27일 특검팀은 정씨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지명수배하고 경찰을 통해 이날 인터폴에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터폴에서 적색수배 발령 여부를 결정하는 시간이 통상 1주일 가량 걸린다. 인터폴에선 내일 적색수배 발령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다면 이에 근거해 구금돼 있는 정씨를 정식으로 체포할 수 있다. 이때문에 경찰에선 최대한 빨리 적색수배가 내려지도록 인터폴에 촉구할 계획이다.
문제는 적색수배가 떨어지기 전에 정씨가 덴마크 경찰에서 풀려나는 경우다. 일단 정씨 등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덴마크 경찰에선 정씨 등을 24시간 또는 72시간 동안 구금해둘 수 있다고 한국경찰에 알려왔다. 불법체류인 것이 명확하다면 72시간 동안 구금해둘 수 있지만, 이 점이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24시간 동안만 보호 조치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이미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 등이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4시께 검거됐기 때문에 오는 5일 새벽 4시까지가 ‘데드라인’인 셈이다.
이때문에 특검과 법무부에선 최대한 오늘 안으로 경찰을 통해 ‘긴급 인도 구속’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덴마크와 범죄인 인도 협정이 맺어져 있어,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고 처리하는데는 시간이 걸려 그전에 정씨 등이 풀려날 수 있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기 전까지 이들을 붙잡아 놔달라고 하는 것이 ‘긴급 인도 구속’이다. 법무부 국제형사과가 특별검사팀과 조율해 긴급 인도 구속을 요청하는 서류를 만들면, 경찰에서 인터폴 망으로 바로 접수시키겠다는 것이다.
만일 정씨 등이 풀려나더라도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만일 덴마크 경찰이 정씨 등을 풀어준다고 해도 외교부를 통해 동향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 청구 결정 전에 해당국의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의 딸 유섬나씨는 지난 2014년 5월 말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의해 체포됐지만, 유럽인권재판소 제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까지도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에서도 이런 사례가 유섬나씨와 정유라씨 정도가 전부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