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뒤 “찬성 지시했다” 시인
‘삼성 일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소환
특검팀,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 내비쳐
‘삼성 일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소환
특검팀,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 내비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9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도록 국민연금공단 쪽에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찬성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위증한 혐의(국회 증언·감정법 위반)도 적용됐다.
문 전 장관은 당시 지시·보고라인에 있던 복지부 간부들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장관의 명시적 지시를 받았다”고 ‘자백’한 이후에도 혐의를 부인하다, 긴급체포된 뒤에야 결국 지시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팀은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인 합병 민원을 박근혜 대통령이 처리해 주는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을 상대로 안종범(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으로부터 합병 찬성 지시를 받았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최씨의 조카 장시호(구속기소)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2800만원을 지원하는데 관여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총수 일가’인 김 사장이 단지 16억여원 전달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라 삼성 경영권 승계와 연결된 비선실세 지원에 ‘구체적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장씨 혐의 외에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소환했다. 김 사장의 ‘신분’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인 김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는 중학교 동창이다. 이 부회장의 소개로 이서현(삼성물산 사장)씨를 만나 결혼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 총수 일가’ 관련성에 대해 “수사라는 것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 대한승마협회도 압수수색했다. 대한승마협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맡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청와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모철민 프랑스 대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의 연구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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