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올해 마지막 촛불집회가 열리는 31일 밤 무대에 올라 전인권과 함께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20분간 연주한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 단체가 집회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것에 반발해 촛불집회 주최 쪽에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고 글을 올린 뒤 전격적으로 이뤄진 합동무대다.
신씨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1일 (밤) 11시30분 광화문에 선다. 주인공은 아름다운 강산이다. 인물이 아닌 노래가 주인공”이라며 이날 무대를 설명했다. 그의 글은 ‘자작 인터뷰’ 형식이다. “왜 아름다운 강산인가?” 묻고는 “대중가요 그 이상의 대중가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온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정권, 권력이 있기 전에도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는 긴 설명을 덧붙였다.
“가사 중 ‘우리는 이 땅 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가 있다.) …(중략) 박정희 등 권력이나 정권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다. 억겁의 세월이 물려 준 자연, 이 곳에서 우리는 태어나고 살아갈 것이며 또 죽어갈 것이다. 잠시 왔다가 가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름다운 ‘조국’ 이나 ‘한국’이 아닌 ‘강산’이다.”
31일 밤 20분간 연주될 아름다운 강산은 전인권 밴드가 함께 한다. 노래는 국악기와 협연한 새 버전으로 그가 편곡해 연주한다. 단 한 곡을 20분간 연주하는 것에 대해 그는 “이 곡을 지키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 곡은) 박사모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된다. 이 곡은 아버지(가수 신중현씨)가 독재권력자 박정희를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라는 강권을 거부하고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유신 내내 금지곡이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전인권이 노래를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여러 가수가 불러 주길 바랐다. 그러나 올해의 말일인 31일 아닌가.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고 모두 바쁘다. 인권 형님이 반색하며 노래하신다 했다. 그걸로 만족이다.” 그의 밴드인 시나위로 무대 위에 서지 않는 것에 대해선 “홍보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날 추위로 손이 굳을까봐 걱정된다는 신씨는 마지막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은 뒤 “허허허. 단것만 겁나 먹으면 일찍 뒈져”라고 쓰며 글을 마쳤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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