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대 총선 선거에서 했던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이 나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의원직은 유지하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윤)는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추 대표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추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31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서울동부지법 이전이 논의될 때 손지열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2003년 12월에 만나 강·남북 균형을 위해 동부지법의 광진구 존치를 요청했고 존치 결정을 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추 대표는 지난 4월 2일부터 3일까지 배포한 선거공보물 약 8만2900부에서 “16대 국회 시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동부지법 존치 약속을 받아낸 추미애 의원”이라는 허위 사실을 표시한 혐의도 포함됐다. 추 대표 쪽은 “허위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발언했기에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손 전 처장이 법정에 나와 “법원 내부적으론 광진구 존치가 어렵고 송파 이전이 우세한 상황이라 추 대표에게 존치 약속할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그런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것을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다음에 4월에 열린 지역회의에서 추 대표가 “법원에 여론몰이로 압박해야 한다. 부지선정위원회 구성되면 설득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중요한 증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고 자신도 처장이 법조단지의 광진구 존치 약속까지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이처럼 발언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0년간 판사로 재직한 법률전문가이자 경력 20년의 정치인이란 지위에 비춰보면 손 전 처장의 발언을 약속으로 이해했다고 보기는 도저히 어렵다”면서 “20대 총선 당시 공표한 내용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공표했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광진구 법조단지 이전이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주된 쟁점이 아니었고, 이 발언을 한 이후 지지율이 정준길 새누리당 후보 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벌금 100만원 이상) 당선무효형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직선거법 등 다른 법률을 위반해 처벌받은 전력이 없던 점도 고려했다.
추 대표는 재판 뒤 취재진과 만나 “부당한 기소에 (유죄) 결과가 나온 것에 대단히 유감이다. 진실은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서 양형 이유를 분석한 후 항소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김규남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