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최씨가 들어서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 법정은 1996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12·12 및 5·18 사건으로 피고인석에 나란히 섰던 곳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 4주년인 19일, 대통령과 비선실세, 측근들은 ‘각자도생’을 시작했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용서해 달라”며 검찰청사에 들어섰던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50일 만에 나온 법정에서 “나는 죄가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반면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변호인을 통해 ‘대통령과 범죄를 공모했다’고 인정했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혐의는 부인했다. 전날 공개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의 범죄는 전혀 몰랐다”, “청와대 참모들이 내 발언을 오해했다”며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배신의 정치’를 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 등으로 기소된 최씨와 안 전 수석, 대통령 지시를 받고 최씨에게 국가 기밀문건 등을 넘긴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의 첫 공판이 열렸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불출석한 최씨는 출석 의무가 없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엔 예상을 깨고 법정에 나와 “이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는 시민 여론이 반영되는 국민참여재판은 거부했다. 대신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 소유로 판단한 태블릿피시를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와 친박단체인 ‘박사모’ 등에서 태블릿피시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최씨의 기소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태블릿피시의 감정을 요구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이 이번 사건을 음모론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 최측근인 정 전 비서관이 법정에서 공모관계를 인정한 것만으로도 당장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직 파면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될 경우 박 대통령이 서야 할 법정도 이곳일 가능성이 높다. 417호 형사대법정에서는 1995년 12월18일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비자금 사건으로 피고인석에 섰다. 이듬해 3월11일에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성공한 쿠데타’라는 12·12 및 5·18 사건으로 나란히 피고인석에 섰던 곳으로 유명하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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