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법정서 승패 결정하는 증거, 꼼꼼히 챙기려면?

등록 2016-12-19 17:59수정 2016-12-20 09:09

[밥&법] 동네변호사가 간다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증거가 전혀 없는 경우를 본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거래관계나 분쟁이 있을 때 증거를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할머니 한 분을 상담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20년 이상 친자매 이상으로 가까이 지낸 사람이 딸 혼사를 치른다며 1000만원을 빌려달라기에 은행에 가서 빳빳한 현금을 인출해 금방 빌려줬다. 그런데 딸 혼사를 치르고도 돈을 전혀 갚지 않아서 넌지시 언제 갚을지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어머 형님, 노망나셨어요?”였다. 차용증도 없고, 돈을 빌려주는 것을 본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께 ‘소송으로 가면 질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다. 세상 만물을 비추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상대가 자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증거를 통해 주장을 입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증거는 어떻게 남겨야 할까? 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증거는 문서다. 계약서, 각서, 차용증 따위의 문서들이다. 그런데 문서로 증거를 남길 때 유의할 것이 있다. 특히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문서는 그 쓰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누가 썼는가를 제3자(가령 판사)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빌려간 사람이 차용증을 써 주었는데, 막상 소송에서 “이 차용증은 내가 작성한 것이 아닙니다. 제 글씨도 아니고요”라고 부인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이른바 공증이다. 공증관 앞에 나아가 신분증을 통하여 작성자를 엄밀히 확인하여 작성하기 때문에 나중에 작성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만일 공증이 여의치 않다면, 인감도장 찍고 문서 뒤에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안 된다면 문서에 무인(손도장)을 찍고 신분증 앞뒷면을 복사해서 붙이는 것이다. 이 정도 세 가지 방법으로 작성하면 대체로 법원은 그 문서를 명의인이 작성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둘째, 문서로 증거를 남기는 경우 문서에 기재된 내용은 “잘”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를 가리키면서 “계약 상대방이 이 문구를 적어주면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손해를 배상해 준다고 했어요”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는 그저 의례적인 문구일 뿐이다.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계약서 초안에 대하여 자신이 이해한 것과 같이 적혀 있는지 변호사나 법무사로부터 꼭 검토를 받는 게 좋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들긴 하지만 더 큰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비다.

문서를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들은 어찌해야 할까? 예를 들면 길 가다가 시비가 붙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다면 이 과정을 문서로 증거를 남길 수는 없다. 또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앞서 본 것처럼 상대가 “최선을 다한다”고 써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손해를 배상해 준다는 뜻이야”라고 얼버무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녹음, 녹화이다. 여기서도 유의해야 할 게 있다. 첫째,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대법원 판례(2013도16404 판결)에 따르면 대화 상대방이 녹음하면 법 위반이 아니다. 둘째, 대화 녹음을 하는 경우에, 분쟁에서 중요한 내용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말하게 하여야 한다. 그래야 분쟁을 심판하는 판사가 그걸 더 잘 믿어줄 것이 아닌가.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을 불러놓고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하는 의원과 예리하게 질문하여 증인의 입에서 중요한 진술이 나오게 하는 의원 중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가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드린 말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소송은 증거를 가진 사람이 승소한다.’

이광철/변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도이치 2차 주포, 김건희 포함 “초기 투자자 엑시트 시켜줬다” 1.

[단독] 도이치 2차 주포, 김건희 포함 “초기 투자자 엑시트 시켜줬다”

“울엄니 만나러 가요 굿바이” 김수미 직접 쓴 유서곡 2.

“울엄니 만나러 가요 굿바이” 김수미 직접 쓴 유서곡

‘친윤의 한동훈 낙마 프로젝트’ 유포자 5명 검찰 송치 3.

‘친윤의 한동훈 낙마 프로젝트’ 유포자 5명 검찰 송치

임금 59억원 체불한 대표 밖에선 ‘기부천사’…익명 신고가 잡았다 4.

임금 59억원 체불한 대표 밖에선 ‘기부천사’…익명 신고가 잡았다

작년 건설업 공사장 1만9197곳 ‘임금 4363억’ 떼먹었다 5.

작년 건설업 공사장 1만9197곳 ‘임금 4363억’ 떼먹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