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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경준 무죄 논리면 스폰서 판·검사 처벌 못해”

등록 2016-12-14 19:25수정 2016-12-15 07:05

검사 직무관련성 엄격히 적용
친구관계로 단정 대가성 배제
기업들의 미래 대비한 떡값은
모두 무죄 논리…뇌물죄 무력화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공짜’ 주식 무죄 판결을 두고 기업인과 공직자의 ‘스폰서’ 관계를 엄벌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인들이 수사와 재판 등을 대비해 현직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것을 뇌물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법조인의 청렴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지난 13일 진씨가 친구인 김정주 넥슨 창업주한테서 넥슨 비상장주식을 비롯해 제네시스 리스 차량, 여행경비 등 9억5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의 뇌물수수)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진씨가 김씨한테서 금전적 지원을 받은 10여년 간 진씨의 직무 관련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고, 장래에도 현안이 발생할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기업인과 공직자의 부적절한 ‘스폰서’ 관계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모순에 스스로 빠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판사나 검사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스폰’ 관계를 맺고도 직무관련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거나 친분을 앞세우면 여간해선 뇌물죄로 처벌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대가성이 없어도 공무원이 일정 금액 이상 받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지만, 법정형 상한이 징역 3년이다. 반면, 뇌물죄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형량이 크게 차이 난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대기업의 금품·향응 제공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어 왔는데 이번 사건은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조장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가 진씨에게 보험 차원에서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는 등 뇌물죄로 볼 수 있는 ‘증언’들이 있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외면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공판과정에서 공개된 김씨가 회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지저분한 인생에 늘 도움준 경준씨 청탁에도 기대”, “제 케이스를 도와주시는 경준씨”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둘의 관계를 단순한 ‘친구’ 관계로 규정했다. 재판부가 “김씨가 불법적인 사업이나 운영과정에서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거나 “김씨가 현재까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고 밝힌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과 비교해 큰돈이 아니니 뇌물로 보기 어렵단 취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광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뇌물죄는 범행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진술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기 때문에 공여자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을 부여한다. 김씨의 진술이 있는데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가 형량이 낮거나 죄질이 가벼워 보이는 혐의에만 힘을 실은 데도 비판이 나온다. 진씨의 혐의가 인정된 제3자뇌물죄는 법정형이 징역 5년 이하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특가법의 뇌물죄에 비해 형이 가볍다. 진씨의 처남에게 청소 용역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는 진씨에게 한진그룹 내사 종결 등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은 일관적으로 부인했다. 항소심에서 진씨가 이 혐의를 성공적으로 방어하면 제3자뇌물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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