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전 검사장 ‘넥슨 공짜 주식’ 무죄 판결 파장
법원, 구체적 청탁 없고 직무 관련성 낮다는 이유 들어
법조계 “김정주가 대가성 인정했는데…지나치게 관대”
법원, 구체적 청탁 없고 직무 관련성 낮다는 이유 들어
법조계 “김정주가 대가성 인정했는데…지나치게 관대”
진경준 전 검사장이 친구인 김정주씨한테서 공짜로 받은 넥슨 주식 등은 뇌물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은, ‘스폰서 관계라도 친구 사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낳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 독직 사건에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진씨와 김씨 사이에 구체적 사건 관련 청탁이 오갔음이 증명되지 않았고, 장래에 진씨의 직무 관련 현안이 발생할 개연성도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김씨가 건넨 9억5000여만원 상당의 주식과 차량 제공 등이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김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에 대비해 검사인 진씨로부터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돈을 건넸다고 여러차례 말한 바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보험’ 차원에서 주식매입 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했고, 재판 과정에서 “(진씨가 주식매입자금을 못 갚았음에도) 검사라서 돌려달라고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2003년 김씨가 횡령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뒤 두 사람 간 금전 교류가 집중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가 단순히 친구 관계를 넘어 일종의 ‘스폰’ 관계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뇌물죄는 공여자의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는데, 김씨는 향후 사건 관련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돈을 줬다고 했다. 직무관련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나왔는데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데 의문이 든다”고 했다.
뇌물죄에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포괄적으로 인정해온 대법원 판결에 견줘도 소극적 판단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뇌물죄의 ‘직무’는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도 공무원이 직위에 따라 공무로 담당할 일체의 직무를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법원 판단대로라면 직무관련성이 조금만 불투명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검사의 직무 범위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진씨는 넥슨 주식 취득 직전인 2002~2004년 금융부문을 조사하는 금융정보분석원에서 근무했고, 2009년부터 1년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지냈다. 넥슨과 같은 기업들을 직접 수사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의 직무 범위를 판단할 때는 동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검찰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직무관련성에 대한 정밀한 판단을 보류한 채 두 사람 사이를 단순히 친구 관계로 규정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진씨가 공직자윤리위원회(공직자윤리위)에 6차례에 걸쳐 재산을 허위로 신고하고, 지난 4~5월 넥슨 주식 취득 관련 허위소명서를 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충실한 심사를 하고도 거짓임을 발견하지 못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검찰이 실제로 두 사람 사이 청탁이 오가거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었는지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직무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금품이 오간 시기에 김씨와 넥슨이 연루됐던 사건 24건을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씨와 김씨가 넥슨 주식 등을 ‘우정의 대가’로 주고받았다면, 왜 ‘공짜’ 주식임을 그토록 숨기려고 애썼는지 의문이 남는다. 1심 판결은 가장 기본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내놓지 못했다는 한계를 남겼다.
현소은 허재현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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