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왕수석’ 안종범도
대면 대신 전화로만 지시 받아
안 전 수석 “헐레벌떡 받아적어…”
정호성, 휴대전화 버리라 했지만
아내가 집에서 보관하다 압수수색 당해
대면 대신 전화로만 지시 받아
안 전 수석 “헐레벌떡 받아적어…”
정호성, 휴대전화 버리라 했지만
아내가 집에서 보관하다 압수수색 당해
“쓰고 계세요?”
청와대 안팎에서 ‘왕수석’으로 통하던 안종범(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처지’가 이랬다. “깨알같이 쓰라”는 말에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박근혜 대통령의 두서없는 지시를 정신없이 받아적고 있는 안 전 수석에게, 박 대통령은 “쓰고 있느냐”며 미심쩍은 목소리로 재차 채근했다고 한다. 2005년부터 경제 자문을, 2007년부터는 박 대통령 경제 과외교사였던 그 역시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의 장막에 가로막혀 대통령을 직접 마주한 상태에서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자리는 극히 드물었다는 얘기다.
12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내용을 들어보면, 안 전 수석은 이런 ‘전화통화 받아쓰기’를 통해 510쪽 분량의 수첩 17권을 남겼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상당 부분은 급하게 휘갈겨 쓰느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 반면 일부 내용은 또박또박 잘 적어놓았다. 안 전 수석은 “헐레벌떡 쓴 내용을 정리해서 다시 쓴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35시간30분 분량, 236개 녹음파일이 쏟아지며 ‘박근혜-최순실 공동정부’의 실상을 낱낱이 입증하게 된 정호성(구속기소)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압수 과정도 극적이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을 예상하고 ‘내 휴대전화를 모두 버리라’고 아내한테 말한 뒤 집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0월29일 검찰 수사관들이 그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휴대전화들은 고스란히 집에 보관돼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의 아내가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닷새 뒤 검찰에 체포된 뒤에도 어머어마한 진실들이 녹음된 휴대전화가 이미 검찰 손에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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