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철거 몰린 장애인들 어디로 가나요”

등록 2005-11-06 17:51수정 2005-11-06 17:51

“철거 몰린 장애인들 어디로 가나요” 13년째 ‘한살림’ 장애인 못사 서한철씨
“철거 몰린 장애인들 어디로 가나요” 13년째 ‘한살림’ 장애인 못사 서한철씨
13년째 ‘한살림’ 장애인 목사 서한철씨 3년 모금 불구 건립기금 부족 ‘발동동’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 674번지. 시원하게 뚫린 청담대교 옆길로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거리는 하얀 비닐하우스촌이 펼쳐진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개발 때문에 강제 이주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펼침막이 을씨년스럽게 걸린 이 마을 한 귀퉁이에 ‘참사랑의 집’이 있다.

참사랑의 집 서한철(56) 목사는 여름에는 한증막, 겨울에는 냉장고 같은 40평짜리 비닐하우스에서 무연고 노인과 정신·지체 장애인 등 14명과 13년째 함께 살고 있다. 수막염을 앓고 있는 지체장애아 진영(10·가명)이를 맡기고 간 작은아버지는 소식이 끊겼다. 정신지체인 성훈(22·가명)씨는 재혼한 어머니도,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도 모두 자식을 챙길 여력이 없다.

참사랑의 집을 운영하기 위해 서 목사는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교회용 달력 영업사원에서부터 모란시장에서 참기름을 받아 팔기도 했다. 신학대학에서 만난 부인도 일당 2만~3만원을 받는 파출부 일도 마다지 않았다.

서 목사는 “괜찮은 다른 시설도 많은데 오죽했으면 이런 미인가 시설에 가족을 맡기겠냐”며 “사회 어느 곳에도 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 의지가 돼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장애인을 돌보게 된 것은 종교인으로서의 사명감도 있었지만 그 자신도 장애인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오른손을 못 쓰는 3급 장애인이다. 두 살 때 화로에 덴 손을 낫게 한다고 양잿물에 손을 담갔는데 그만 손가락이 녹아 붙어 오그라들었다.

올겨울 참사랑의 집 식구들은 어느 겨울보다 더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불법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강제 철거를 당하기도 했고, 원인 모를 화재로 폭삭 타버리는 사고도 겪으면서 지켜온 이 집을 곧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땅주인 서울시는 이곳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설하기로 하고 주민 보상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 목사는 2000년부터 제대로 된 장애인시설 건립을 위해 거리모금에 나섰다. 비오는 날만 쉬어가며 매일 정오부터 꼬박 10시간씩 걸었다. “오른손을 못 쓰니 우산을 들 수가 없잖아요.” ‘목사가 구걸하면 되느냐’는 비난과 무조건 나가라는 외면에도 아랑곳않고 다방·노래방·옷가게 등을 찾아다니며 3년 동안 1억5천여만원을 모았다. 그 돈과 독지가의 도움으로 용인에 장애인 시설을 짓기 시작해 80%까지 완공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서 목사는 넘기 힘든 걸림돌을 만났다. 서울시에서 준다는 보상금 2800만원을 합치더라도 2천여만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시 거리 모금을 나서고 싶어도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한 뒤로 힘에 부쳐 속만 태우고 있다. 서 목사는 “장애인들도 쾌적한 환경에서 인간답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도움을 호소했다.


보상에 합의한 주민들이 하나 둘씩 떠나 휑뎅그렁한 비닐하우스 마을에서 참사랑의 집 식구들은 따뜻한 시설에서 살게 될 봄날을 기다리며 또 한 차례의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윤석열 ‘가짜 출근’, 경찰 교통 무전에서도 드러났다 1.

[단독] 윤석열 ‘가짜 출근’, 경찰 교통 무전에서도 드러났다

불교계, ‘윤석열 방어권’ 원명 스님에 “참담하고 부끄럽다” 2.

불교계, ‘윤석열 방어권’ 원명 스님에 “참담하고 부끄럽다”

판사 출신 변호사 “경호처 직원 무료변론…불법적 지시 거부하길” 3.

판사 출신 변호사 “경호처 직원 무료변론…불법적 지시 거부하길”

인권 연구자 655명 “불법계엄 동조 안건 상정한 안창호 사퇴하라” 4.

인권 연구자 655명 “불법계엄 동조 안건 상정한 안창호 사퇴하라”

서울 낮 최고 6도, 낮부터 기온 올라…전국 곳곳 눈·비 5.

서울 낮 최고 6도, 낮부터 기온 올라…전국 곳곳 눈·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