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광화문 지하역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 농성장 앞을 지나가던 이들이 ‘박근혜 퇴진’ 선전물을 훼손하는 등 장애인들에게 폭력과 욕설을 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미친X” “너희가 뭘 안다고 퇴진을 얘기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지하역사 9번 출입구 쪽에 자리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광화문 공동행동)’ 농성장에 욕설이 쏟아졌다. 농성장 앞을 지나가던 수십~수백명의 무리들 가운데 일부는 이곳에 놓인 ‘박근혜 퇴진’ 선전물을 바닥에 팽개치거나 찢고, 장애인과 활동가들에게 삿대질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0일 공식
페이스북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이 1500일 넘게 지키고 있는 광화문 지하농성장에 ‘박사모’ 어르신들이 지나가면서 박근혜 퇴진 팻말이 있다고 농성장을 지키는 장애인과 활동가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가했다”며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애인들에게 욕을 하고, ‘박근혜 퇴진’ 손팻말이 놓인 테이블을 흔들고, 떨어진 선전물을 밟고 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일행들에게 “손대지 마시고, 우리는 우리 일 하러 갑시다”라고 계속 말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욕설과 폭력이 계속됐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청계광장에서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열었다. 농성장에 있었던 한 장애인 활동가는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행사가 끝난 낮 1시까지 광화문 지하역사를 무리지어 오가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횡포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분들의 행동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이 복지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훼손됐고, 박근혜 퇴진 선전물 묶음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지하역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공동행동’ 농성장 앞을 지나가던 이들이 ‘박근혜 퇴진’ 선전물을 훼손하는 등 장애인들에게 폭력과 욕설을 가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결국 광화문 공동행동은 오후 2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미루고 오후 1시부터 이들에 맞서 ‘박근혜 퇴진 선전전’을 했다. 광화문 공동행동 활동가는 “지난 4년 농성 동안 이런 일은 없었다. 보수단체의 집회가 청계광장에서 열릴 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광화문 지하역사 2층 해치광장으로 올라가는 9번 출입구 쪽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벌써 4년 넘게 농성 중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