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전 수석 ‘업무일지’에 적혀 있어
청와대서 검사장급 인사자료 논의한
2014년 9월22일 “ㄱ○○(이정현)” 기록
해당 검사 이듬해 2월 검사장 승진
이정현 “민원 안해”…검찰 “애초 후보”
청와대서 검사장급 인사자료 논의한
2014년 9월22일 “ㄱ○○(이정현)” 기록
해당 검사 이듬해 2월 검사장 승진
이정현 “민원 안해”…검찰 “애초 후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9월, 다음해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에 자신의 지역구 출신 인사와 관련한 ‘민원’을 넣은 정황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비망록)에서 드러났다. 당사자들은 8일 “김 전 수석이 왜 그런 내용을 적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김 전 수석은 같은 날 업무일지에 ‘검찰 인사자료’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썼다.
김 전 수석은 2014년 9월22일치 메모에 이날 보고하고 처리해야 할 업무로 보이는 14가지 사항을 번호를 붙여 적어놓았는데 6번 항목에 ‘검사장급 인사자료’가 등장한다. 2014년 말이나 이듬해 초로 예상됐던 검사장 승진 인사를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메모에도 어김없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뜻하는 ‘長’(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지시 사항과 논의 내용 등이 꼼꼼하게 등장하는데, 김 전 수석은 마지막 부분에 ‘ㄱ○○(이정현)’이라고 써놓았다. ‘ㄱ○○’은 현직 검사의 이름이고, ‘이정현’은 청와대 홍보수석을 마친 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를 의미한다. ㄱ○○은 이듬해 2월 법무부의 검사장 승진 인사 9명 중 1명에 포함됐다. 앞서 두 차례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동기 8명이 검사장 승진을 했는데, 그는 세번째 인사에서 다른 동기 한명과 함께 ‘막차’를 타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ㄱ○○은 선거 과정에서 지역 유지 등과의 교류를 통해서 아는 사이다. 지역 출신 검사 중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가 검사장급 인사까지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 이름을 왜 적었는지 모르지만 (같은) 지역이라서 적어놓지 않았나 추측한다”며 인사 민원 의혹을 부인했다. ㄱ검사장도 “정치인에게 인사 관련 연락을 한 적이 없다. 김 전 수석과는 대학 선후배에 근무도 함께 해서 워낙 잘 알고 특수한 관계다. 알아서 챙겨주려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사 민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사장 승진이 불가능한 사람이 억지로 된 것도 아니고 검사장 후보군 중의 한 명이 승진한 것”이라고 했다. 그간 보직이나 능력, 인사 균형 기준으로 고려되는 출신지역과 출신학교에 비춰봐도 무리한 승진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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