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하루 앞둔 11월3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탑 앞에서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회원들이 “에이즈 공포와 낙인을 넘어! 저항하는 소수자들의 행동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광장’에서 거대한 시민항쟁이 진행되는 요즘, 인권을 말하는 게 격세지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오늘의 광장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인권침해를 호소하면서 광장에서 내쫓겼던가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인권 10대 뉴스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인권재단 사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프로젝트 <그날들> 기획단 등은 ‘2016 인권 10대 뉴스’를 대중이 직접 뽑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활동가들이 사전투표로 선발한 후보는 모두 25개다. 프로젝트 <그날들>은 “1993년부터 인권 10대 뉴스를 뽑아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인권활동가들이 선정하는 게 아닌 대중 투표 방식을 택했다. 개인마다 중요하게 느끼는 인권뉴스가 다를진데 기존에 활동가들 중심으로 하다보니 굵직한 이슈만 선정돼 올해는 방식을 바꿔봤다. 더 많은 이들이 인권뉴스를 한 번 더 접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고 말했다.
인권뉴스 후보들을 보면 올 한 해 우리 사회가 보인다. ‘리쌍-우장창창’으로 기억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논란, 도시 재개발 명목으로 쫓겨나는 ‘옥바라지 골목’ 사람들 이야기는 퇴거 당하는 삶을 대변한다. 2006년 평택 대추리, 2011년 제주 강정마을에 이어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에 맞서는 저항은 사드배치 지역으로 지목된 경북 성주군에서 치열하게 이뤄졌다. ‘외주화’란 이름으로 방치됐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희생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20대 총선에서 성소수자와 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정강으로 내건 기독자유당 출마까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약자와 소수자에게 가하는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할 수 있다. 2년 넘게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 중인 세월호 피해자들과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 이슈는 우리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10대 인권뉴스 후보 25개] 성소수자 혐오 카르텔에 맞서 평등을 노래하라/ 와장창 무너지는 삶들, 도시에 머무를 권리를 허하라/ 강남역 10번 출구의 포스트잇, 여성혐오에 경종을 울리다/ 세월호 특조위 무너뜨린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 선포, 함께 행동하자/ 장애인을 가두는 사회는 인권도 가둔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거리를 메운 주권자의 함성/ 사드 한국 배치? 우리의 소원은 평화!/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이제 삼성이 답하라!/ 유성-갑을 자본의 노조파괴, 노동자의 생명과 생존권을 위협하다/ 20대 파견노동자, 메탄올 중독으로 시각을 잃다/ 지진이 일어나도 “가만히 있으라”/ 구의역 스크린 도어 참사, 위험의 외주화에 경종을 울리다/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고용노동부의 노동개악 이어져/ 박근혜 정권 하 집회·시위 자유 권리의 수난사/ 민중총궐기 주도한 죄로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백남기 농민의 죽음, 국가폭력 끝장내야/ 국정원의 숙원 사업, 테러방지법 통과/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수단체에 집회를 사주한 청와대/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10년, 다시 길 위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시민의 알권리 보장 대책 시급/ 병역거부, 항소심에서도 무죄판결/ ‘깔창 생리대’를 강요한 사회, 변화 없는 정부/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옷의 물결
숨겨진 인권뉴스 3개를 뽑는 투표도 함께 진행 중이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궁금한 인권뉴스들이다. 에이즈 환자의 신장투석을 거부한 신촌 세브란스병원(▶관련기사:
<연합>‘에이즈의 날’ 앞두고 감염인·인권단체 “차별 사라져야”), 과로와 일터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특성화고 청년들(▶관련기사:
<한겨레21> 현장실습과 ‘학생 장사’), 살해 누명을 쓴 장애인들이 뒤늦게 재심으로 억울함을 풀은 ‘삼례3인조 사건’(▶관련기사:
17년 만에 누명 벗은 삼례 3인조 강도…재심서 무죄),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관련기사:
[뉴스AS]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그럼, 군대 간 사람은 양심 없냐고요?) 등 12개 후보가 있다.
[숨겨진 인권뉴스 후보 12개] 주민등록법 일부 헌법불합치/ 의료민영화/ 특성화고 현장실습/ 각종 제도에 따른 성소수자 차별/ 세월호 참사 관련 청소년 인권/ 용산참사 진실/ 조선업 노동자/ 삼례3인조 사건 등 억울한 누명쓴 사람들/ 에이즈 환자들이 겪는 차별실태/ 알권리 조례/ 예비군 훈련 거부/ 동양시멘트, 세종호텔 등 현재도 투쟁중인 노동자 이슈
온라인투표는 11일까지 진행되며
여기(http://bit.ly/2fTarVd)서 투표할 수 있다. 결과는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에서 오후 4시에 열리는 ‘2016 인권현실을 말한다’ 보고대회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프로젝트 <그날들>은 “주권자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단절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함께 짚어보는 투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