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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헌재 ‘통진당 선고’ 접촉 가능성...“독립성 훼손”

등록 2016-12-04 22:07수정 2016-12-05 01:04

김영한 비망록속 ‘청와대 개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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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14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연내 선고’ 공식 발언 전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를 언급한 사실(<한겨레> 3일치 1면)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박 헌재소장이 언급한 ‘통진당 연내 선고’ 방침은 당시 일부 재판관들 사이에서만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헌재 결정 과정에 개입했거나 헌재가 청와대 쪽으로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2일 공개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엔, 2014년 10월4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판결-연내 선고’라고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시점은 박한철 헌재소장이 처음으로 연내 선고 방침을 언급한 2014년 10월17일보다 무려 2주 정도 앞선 때다. 박 헌재소장은 당시 헌재 국정감사에 참여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통진당 해산 심판은) 금년 내에 선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헌재소장의 언급은 통진당 사건 공개변론이 계속되던 때라서 헌재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2014년 10월7일과 10월21일에 각각 15차, 16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재는 그해 8월부터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인용론을, 9월부터 기각 결정론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30일에는 서울고법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던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대법원 상고심 주심이 김소영 대법관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소장께서 건배사를 하시면서 작심하고 말씀해 깜짝 놀랐다”며 “시한을 박으면서 소장께서 말씀하신 것은 굉장한 파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용헌 헌재사무처장은 “최대한 빨리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박 헌재소장의 말대로 헌재는 그해 12월19일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김기춘 실장, 수석회의서 언급 2주 뒤
박한철 소장 “연내 선고” 공식 거론해
당시 평의서 선고 시점 정한 적 없어
청와대가 헌재에 협조요청 했을수도

일부 재판관들은 ‘연내 선고’ 언급
헌재가 청와대에 의견유출 의혹도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헌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헌재소장의 발언 전에 ‘연내 선고’ 방침은 일부 재판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만 참석하는 평의에서 공개적으로 선고 시점을 정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고를 서두르려는 일부 재판관들 사이에서만 연내 선고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쪽에서 헌재 쪽에 ‘협조’를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헌재가 청와대 쪽에 일부 재판관들의 연내 선고 의견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느 쪽이든 김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헌재가 특정 사건을 두고 접촉한 게 사실이라면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헌재 논의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연내 선고를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던 상황에서 당시 박 헌재소장의 발언은 논란이 됐다”며 “헌재의 독립성은 결론뿐 아니라 절차, 선고 시기까지 포함되는데 청와대와 이를 논의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청와대 쪽에서 연락받은 적도 없고 헌재가 청와대에 정보를 준 적도 없다”며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공개된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2014년 10월4일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 외에도 통진당 사건과 관련 메모가 여러 차례 나온다. 김 전 수석은 2014년 7월9일 ‘통진당 전 간부 국보법 실형 선고 건-홍보가 되도록 인터넷이라도’, 7월23일 ‘이석기 내란 선처 탄원 관련. 염수정(추기경), 자승(조계종 총무원장), 김희중 대주교, 김영주 목사. 국가전복기도세력에 대한 선처 탄원은 곤란. 교황 관련 각종 지원에 불구. 기록으로 남겨야’라고 적었다. 8월8일에는 ‘이석기 선처 탄원 반대 관련 기고문 등 헌재 제출’이, 8월25일에는 ‘통진당 사건 관련 재판진행 상황, 홍보, 여론’이, 11월18일에는 ‘통진당 재판 관련 서명운동(고영주)’ 등이 기록돼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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