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윤석렬 전 수사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년도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가 1일,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연거푸 좌천 인사를 당한 윤석열(56·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박 특검은 이날 오후 ‘수사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특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곧바로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의 파견을 요청했다. 특검법은 ‘대검찰청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소속 공무원의 파견근무와 이에 관련되는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요청을 받은 관계 기관의 장은 반드시 이에 응해야 한다. 이에 불응할 경우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과거 특검의 경우 파견검사를 요청하면 법무부와 대검이 사법연수원 기수 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파견 대상을 선발해왔다. 박 특검처럼 특정 검사를 콕 짚어 파견을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의 요청을 받는다고 무조건 해당 검사를 파견하는 것이 아니고 ‘협의’를 하게 돼 있다. 요즘같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윤 검사 파견을 거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수사팀장은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0명의 파견검사와 검찰·경찰·국세청 파견공무원 40명을 지휘하는 자리로, 특검법이 정한 14개 수사 대상과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추가 인지 수사를 맡게 된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놓아야 할 특검이 윤석열이라는 ‘잘드는 칼’을 뽑아 들었다. 60명에 달하는 수사팀을 지휘해 복잡한 수사 내용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윤 검사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검사는 2006년 대검 중수부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구속기소할 당시 중수부 연구관실장이었다. 당시 수사라인이 ‘박영수 중수부장-채동욱 수사기획관-최재경 중수1과장-윤석열 연구관실장’이다. 지난달 22일 윤 검사는 특검팀 파견 가능성을 타진한 <한국일보>에 “이미 (박근혜) 정권에 칼을 들어 상처를 낸 사람이다. 정권의 힘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같은 대상을 놓고 칼을 든다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을 떠난지 오래된 박영수 특검이 자기가 아는 후배 현직 검사 중 윤석열의 수사력이 최고라고 판단했겠지만, 윤 검사 입장에서는 ‘복수’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어 스스로 고심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이라는 이름 석자는 박 대통령의 ‘역린’이다. 윤 검사는 대검 중수부 중수1·2과장(2010~201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년) 등 검찰 수사력의 최정점 부서를 맡다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여주지청장으로 있을 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의해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투입됐다. 그는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1개월의 정직 뒤 다음 인사에서 한직인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조영곤 당시 서울지방검찰청장 등의 수사 외압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윤 검사는 올해 초 또 다시 대전고검으로 좌천 인사를 당하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찰 인사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에 대한 본보기 찍어내기 인사 뒤 검찰 조직은 균형을 잃고 수사 등에서 심한 편향성을 보였다.
최재경 민정수석은 윤 검사를 ‘대윤’으로 부를 정도로 그의 수사력을 인정한다. 윤 검사는 박 대통령의 민정특보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을 때 함께 변호사로 변신했다가 다시 검사로 재임용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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