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시범실시를 둘러싸고 김진표 교육부총리(왼쪽)와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오른쪽), 윤종건 한국교총 회장(오른쪽 두번째) 등 교육부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사이의 마지막 대표자 회의가 지난 4일 교육부총리실에서 열려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
교원평가 합의 실패 왜
‘학교 교육력 제고 특별협의회’의 교원평가 합의 도출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애초부터 교육인적자원부와 학부모단체, 교원단체 사이의 입장 차이가 워낙 뚜렷한 상태에서 협의회가 출발한데다, 일선 교사들의 거부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왜 실패했나?=협의회 참여 단체들은 3일 오후부터 4일 아침까지 협상을 벌여 거의 90% 이상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에 학교 교원평가관리위원회에 교장과 교감을 참여시킬 것인지 등에 대해 교총과 전교조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다. 막판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이날 오전의 대표자회의에서는 전교조가 교원평가 시범운영의 전제조건을 내세우면서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교조가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교원평가 제도화 때 현행 근무평정제도 폐지, 시범운영 시기 내년 2월 연기 등을 내세우는 바람에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왜 반대하나?=현장 교사들은 교원평가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전교조가 막판에 협의를 원점으로 돌린 것은 이런 ‘밑바닥 정서’ 때문이다.
국민의 숱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원단체들이 교원평가에 대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가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사들에게만 떠넘기려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부가 마치 교원평가만 하면 학교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원단체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동료교사의 수업 참관을 통한 평가가 ‘보여주기식’ 수업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또 평가에 따른 불필요한 업무만 늘릴 뿐, 교원의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학교에서 필수적인 협력 문화가 사라져 교단이 황폐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교원평가가 결국 교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교원평가 저지 움직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실제 전교조가 4월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교사 11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5.9%의 교사들이 교원평가 도입 의도에 대해 “경쟁체제를 통해 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밖에 교사들은 불합리한 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하지 않은 채 새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다.
교원단체 “저지투쟁” 한목소리=전교조는 7~10일 연가투쟁 방침에 대한 찬반을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연가투쟁 방안이 가결되면 12일 전국 조합원들이 연가를 내고 서울에 모여 교원평가 일방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교총도 김진표 교육부총리 퇴진운동에 즉각 돌입하는 한편,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교원 총궐기대회를 열어 장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교조와 교총은 또 시범학교 선정 단계에서부터 저지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특별협의회에 참여했던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교원평가 시범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원단체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공동 책임을 느끼고 시범실시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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