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장 등 3명 구속
서울에 사는 문아무개(20)씨는 8월 인터넷에서 운전면허 학원을 검색해 한곳을 찾아갔다. 문씨가 간 학원 관계자는 “빠르고 쉽게 운전면허를 따게 해주는 전문학원을 소개해주겠다”며 문씨를 경기도의 한 면허학원으로 안내했다.
이 학원에서 문씨는 단 두시간 교육을 받은 뒤 바로 도로주행 시험을 보고 그 자리에서 면허를 땄다. 면허를 따려면 법정 교육시간인 15시간을 채워야 하지만, 학원쪽이 문씨의 지문 대신 미리 만들어놓은 지문 모형으로 문씨가 법정 교육시간을 다 채운 것처럼 조작해준 덕분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운전학원 학사관리 전산시스템’에 따라 지문인식기로 출석을 점검하는데, 학원 쪽은 지문인식기가 수강생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 당시 지문과 일치하는지만 판독한다는 것을 알고 가짜 지문으로 등록해 연습 시간을 조작한 것이다. 학원 쪽은 학생용으로 10개, 강사용으로 18개의 모형 지문을 만들어 돌려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4일 실리콘으로 만든 가짜 지문으로 규정 연습시간을 채운 것처럼 속여 운전면허를 부정 발급해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경기도 한 운전학원 원장 이아무개(3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강사 최아무개(23)씨 등 18명과 수강생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미 면허를 부정발급받은 162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 등이 지난해 1월부터 서울·경기 일대 운전면허시험장 주변을 돌며 수강생을 모아왔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11일까지 전국의 운전면허 전문 학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각 지방경찰청에 지시하고,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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