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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분노에서 대안으로…광장 민주주의 자란다

등록 2016-11-28 19:19수정 2016-11-28 22:06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한국사회 기본구조 개혁 요구 높아

광화문 ‘와글와글 시민평의회’선
‘박대통령 퇴진 전략’ 분임토론 벌여
“대통령·국회의원 소환제” 의견도
‘퇴진캠핑촌 촌민회의’도 논쟁 치열
검찰·KBS 개혁 등 7대 과제 선정
청와대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광장의 민주주의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분노의 장이었던 광장은 소수자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토론과 숙의가 이뤄지는 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손에도 검찰 개혁, 새누리당 의원 전원 사퇴, 양극화 정책 전면 폐기 등 한국 사회의 기본구조를 다시 세우려는 요구가 담겨 있다.

26일 광화문집회 본행사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와글와글 시민평의회’에는 150여명이 진눈깨비를 맞으며 삼삼오오 원탁에 둘러앉아 분임토론을 벌인 뒤 투표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회가 탄핵을 진행하고, 헌법재판소가 거부하지 않도록 단체행동을 이어가야 한다”(37%)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정부의 무능력과 도덕성을 견제할 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36%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헌법 명시”를 선택했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 옆 ‘박근혜 퇴진 캠핑촌’에서는 오전 9시마다 15~20명이 모여 ‘촌민회의’를 열어 활동 계획 등 여러 사안을 논의한다. 지난 24일 오전 10시에는 첫 마을총회를 열고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시급히 추진해야 할 7대 과제를 선정했다. 광장에 나선 시민들의 분출하는 요구들을 추려내기 위해서다.

문화예술, 노동, 인권,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단체 소속 촌민들은 서로의 다양한 차이를 드러내고 협의를 거쳐 △부정축재 재산 몰수해 20대의 빚부터 청산 △경찰·검찰·법원 수뇌부 직선제 실시 △한국방송(KBS) 안에 집회·시위 특별방송 전담 부서 설치 등 톡톡 튀는 과제를 채택했다. 특히 ‘특정혐오범죄가중처벌법을 제정한다’는 인권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자구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도 속속 꾸려지고 있다. ‘촌민회의’는 박근혜 퇴진 전략뿐 아니라 이후 사회에 대해 공론장 필요하다고 판단해 ‘광장토론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소 주 1회 이상 광장에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첫 토론회는 29일 오후 2시 캠핑촌에서 열린다. 1차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발제는 짧게, 전체 토론은 길게 하려고 한다”며 “여의도 정치를 넘어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담론과 정책까지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여러 주체가 곳곳에서 잇따라 열고 있는 토론회를 하나로 잇고 수렴하는 토론회를 12월에 여는 한편, 이들 토론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아카이브로 구축해 다음 대선에서 강력하게 여론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름과 차이에 대한 공존과 협상이 가능한 ‘차이의 정치’도 싹을 틔우고 있다. 26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는 애초 남성 힙합그룹 디제이 디오씨가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이 그룹의 신곡 ‘수취인 분명’의 가사에 대한 여성 혐오 논란으로 25일 출연이 취소됐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 정치의 하나로 몇몇 페미니스트들이 했던 항의가 받아들여진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27일 올라온 이 글은 28일 현재 2000건을 훌쩍 넘는 ‘좋아요’와 800건 가까운 ‘공유’를 기록하고 있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혐오를 안 하면 힙합을 못 하느냐”며 주최 쪽에 항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적어도 주최 쪽이 유명 연예인 공연을 큰 부담을 무릅쓰고 하루 전에 취소할 수 있었던 것은 차이의 정치, 광장 민주주의의 과정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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