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금연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도 고소득층과의 평균 수명 차이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소득 수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날드 라본테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2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운동이나 금연 등과 같은 건강 행동외에도 많은데 그 가운데에서도 소득 수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라본테 교수는 이날 서울대에서 열리는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개원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기조 발표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세계화가 건강 및 건강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라본테 교수는 한국은 물론 캐나다 등 다른 나라도 소득은 물론 건강 수준에서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2005~2012년 소득 상위 10%는 재산이 7년 동안 42% 늘어난 반면, 하위 10%는 오히려 150% 감소했다”며 “그 사이 정부 정책으로 저소득층의 금연율이나 운동실천율 등은 개선됐지만 소득 수준에 따른 평균수명(기대여명)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평균수명 차이는 남성은 7.1년, 여성은 4.9년이다. 15년 전과 같은 수치다. 평균수명은 한 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다. 소득 불평등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 건강을 해치는데, 캐나다에서는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이들 가운데 정신질환 등을 앓는 비율이 상위 10%보다 5배 높았다.
라본테 교수는 “금연이나 운동 등 건강행동을 비롯해 보건의료 서비스는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자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충분한 소득을 위해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충분한 식재료와 깨끗한 환경이 건강한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건강이나 평균수명을 결정하는 요소는 경제상태, 주거 환경, 충분한 음식, 사회관계, 지역사회 안전 등이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건강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한 연구 결과는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라본테 교수는 “이제는 건강 불평등을 수치로 보여주는 연구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며 “실제로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놓은 건강 불평등 해소책은 요약하면 소득 재분배라며 우선 직접세를 늘려 사회안전망 지출을 늘리는 것이 첫번째이고, 노동의 가치가 대접받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라본테 교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 사용되는 인사는 건강과 관련된 것일 정도로 건강은 인간의 기본권”이라며 “건강에서 불평등이 있으면 이는 잘못된 사회”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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