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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촛불은 더 큰 민주주의를 꿈꾼다

등록 2016-11-22 21:55수정 2016-11-22 23:09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의 게시판에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과 함께 자신이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은 글귀들이 많았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네이버 뉴스스탠드 문제로 이미지 리사이즈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의 게시판에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과 함께 자신이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은 글귀들이 많았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네이버 뉴스스탠드 문제로 이미지 리사이즈
“소외계층이 없는, 배고파 아파서 힘든 사람들이 없는 사회가 되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길~ 진실과 정의가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의 포스트잇 게시판에는 시민들의 소망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 게시판은 ‘100만 촛불’이 켜진 지난 12일 ‘박근혜 퇴진 이후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졌다. ‘하야’나 ‘퇴진’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공정과 정의였다. ‘최소한의 정의가 통하는 나라’,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도 보장받는 대한민국’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는 사회’ ‘돈 때문에 우는 일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 ‘올바른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사회’….

수능 시험을 치르고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 나왔다는 최다예(18·고3)양은 “아직 면접 일정이 남아 있는데 정유라의 특혜 입학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나지 않는다”며 “부정이 없는 공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게시판을 세운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 관계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기 어려운 건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이 밝혀진 지 한 달, 박 대통령과 친박 정치인들이 말을 뒤집어가며 버티기 모드로 들어갔다. “95% 민심을 따르겠다”는 야당과 대선 후보들은 탄핵 등 정치일정을 놓고 정치적 이해타산을 앞세우고 있다. 직장인 김종원(49)씨는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중요한데, 새누리당은 다음 선거를 포기한 건가. 야당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불리해질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3 담임 교사 정아무개(38)씨는 “대통령 한 사람이 물러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지금 고3인 이 아이들이 투표권을 갖고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된다. 정치권은 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민주주의가 어떤 건지, 어떻게 잘못된 시스템을 고쳐갈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미 “박근혜 퇴진”을 넘어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권력자를 비호해온 검찰 개혁이 1순위다. 그다음 정치자금으로 권력에 기생해온 재벌도 공범이다. 그다음 친박 간신들이다. 박근혜의 실체를 잘 알면서도 (높은) 지지율에 빌붙어서….”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난 임동민(65·사업)씨는 “박근혜 퇴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박근혜 다음을 생각하는 청소년들-틴즈디모(TeensDemo)’란 모임을 만들고 있다. 모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있다. 이 모임을 준비 중인 엄재연(18)군은 “정당 설립 기준 완화, 비례대표제 강화 같은 아이디어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시민입법 제도를 도입해 세월호 특별법 같은 법률이 정치권의 입맛과 타협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막자는 제안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열린 ‘100만 국민대항쟁 그 이후’ 토론회에서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청중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 청중은 “광장에서 국민투표를 하자. 투표관리위원회는 각계 시민들이 꾸리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참관하게 하고, 투표 안건은 박근혜 퇴진뿐 아니라, 국가권력기구 개혁 방안 등 한국 사회의 대안을 정하는 내용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얼마 전 출근길에 본 학생들의 대자보에 ‘박근혜 퇴진 이후의 주체는 우리다’라고 적혀 있더라”며 “국가원수직을 위임받은 존재에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물러나라고 하는 것 자체에 이미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대안적인 요구가 포함돼 있다”고 짚었다. 조 교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 광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직접행동’을 보면 한국 사회는 대안을 만들어낼 저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박수지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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