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사기업인 현대차그룹에 최순실씨 지인이 운영하던 회사가 계약을 맺도록 해주고, 최씨의 회사가 광고를 수주하는 데도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소개 브로셔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건네도록 하기도 했다.
20일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 등의 공소사실을 보면, 최씨는 2013년 가을부터 1년가량 딸 정유라씨가 졸업한 초등학교 학부형이 운영하던 케이디(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대기업 납품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같은 기간 이 회사 자료가 여러차례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2014년 11월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케이디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가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케이디코퍼레이션이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가능한 채택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현대차와 케이디코퍼레이션 납품 계약 진행상황을 점검해, 박 대통령에게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라는 문건을 통해 따로 보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현대차는 제품시험 등 정상적 입찰 절차를 생략한 채 케이디코퍼레이션과 원동기용 흡착제 납품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고 10억여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또 최씨는 올해 5월 박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을 할 당시 이 회사 대표를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해줬다.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의 현대차 광고 수주에도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올 2월15일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 자료를 현대차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박 대통령은 이날부터 2월22일까지 현대차를 포함한 8대 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면담 자리에 정몽구 회장과 함께 들어갔던 현대차 김아무개 부회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 브로셔를 전하며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살펴봐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플레이그라운드에 70억여원어치의 광고를 맡겼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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