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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스타리카에서 왔습니다”, “박 대통령 뽑아 젊은이들한테 미안”…집회 참여 시민들 목소리

등록 2016-11-20 20:23수정 2016-11-20 21:46

남아메리카 코스타리카에 사는 교민 김경미(58)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차 범국민 행동에 참여해 손팻말을 들었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남아메리카 코스타리카에 사는 교민 김경미(58)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차 범국민 행동에 참여해 손팻말을 들었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코스타리카에서 이틀 비행기타고 남아메리카 코스타리카에서 9년째 살고 있는 교민 김경미(58)씨는 48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에 왔다. 온라인 뉴스로 한국 소식을 접한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가라앉지 않자, 집회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차 범국민 행동을 찾은 김씨는 ‘코스타리카에서도 왔습니다’, ‘실망, 허망’이라고 직접 적은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그는 “외국에서 부끄럽지 않은 한국인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았다. 우리 국민이 이렇게 노력하면서 사는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왜 이럴까 하는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스타리카도 직전에 여자 대통령이었다. 많은 부패를 저질러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코스타리카가 아무리 못 살아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교민들은 코스타리카에서 정년이 되면 다시 한국 들어갈 생각도 많이 하는데, ‘한국으로 가면 뭐하나. 제3국으로 가야겠다’는 얘기까지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아무개(66)씨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였다. 이씨는 “박 대통령을 잘못 뽑아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아무개(66)씨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였다. 이씨는 “박 대통령을 잘못 뽑아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대통령 잘못 뽑아 젊은이들에게 미안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아무개(66)씨는 원래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였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쏟아지는 ‘박근혜 게이트’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음은 사라졌다. 이씨는 “내가 박 대통령을 뽑아 젊은이들한테 미안했다. 그래서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에서는 일부 극우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열렸는데 그는 이들을 향해서도 “돈 받고 나온 사람들 같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최순실이 아무리 국정에 개입하고 싶어도 대통령이 곁을 내주고 했으니 국정농단을 벌인 것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대통령 자신이 당당히 밝혀야 한다. 남의 금쪽같은 자식들 수장시켜놓고 7시간 만에 나타나서 ‘학생들이 구명조끼 입었다는데 발견하기 힘드냐’고 하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쓰레기라도 주우려고…”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씨는 잠바 주머니에서 목장갑을 꺼내들었다. 촛불 집회 참석자 중 일부는 집회 종료 뒤 광화문광장을 청소했는데, 이씨도 그 중 하나였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아무개(67)씨는 암흑의 유신 시절을 곱씹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 한 번 고쳐먹으면 고맙겠다”면서 촛불을 들었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아무개(67)씨는 암흑의 유신 시절을 곱씹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 한 번 고쳐먹으면 고맙겠다”면서 촛불을 들었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박정희 이어 딸까지 국민들 괴롭혀, 자괴감 들어 “이러다가 나라가 절단 나게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 한 번 고쳐먹으면 고맙겠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아무개(67)씨는 짙은 어둠이 깔린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를 향해 행진하며 촛불을 들었다. 이날 시민들은 늦은 밤까지 청와대 방향인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정권은 군인과 탱크를 앞세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당시 대학생이던 김씨는 암흑의 유신 시절을 견뎌야 했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들을 괴롭혔는데, 내 나이 일흔이 돼서 이제 딸과 싸우고 있다. 정말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어떻게 반세기가 지나도록 변하질 않나.” 김씨는 국정농단의 원인과 배경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환상으로 꼽았다. “돈돈, 출세만 생각하니 박 대통령 같은 사람을 뽑은 것 아닌가.”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들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김씨는 “죽기 전에 온전한 지도자 한 사람 보고 가고 싶다. 내가 부족하게 살아도 정당하고 깨끗한 사회에서 한번 살았으면 원이 없겠다”면서 손에 들고 있던 촛불을 높이 들었다.

이지원(24)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차 범국민 행동에 참여해 ‘싸우는 우리가 이긴다’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이지원(24)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차 범국민 행동에 참여해 ‘싸우는 우리가 이긴다’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사진/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망치고 국정농단을 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겁니다.”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집회에 참가한 일부 여성들에게 여성혐오적 표현이 쏟아지자, 이를 경계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으로 희생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남역 10번출구’ 페이스북 운영자인 대학생 이지원(24)씨도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했기” 때문에 거리에 섰다. 이씨는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과 함께 집회에서 심각한 여성혐오 내용이 있으면 함께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싸우는 우리가 이긴다’라는 손팻말을 든 이씨는 일상 속에서 쉽게 내뱉는 여성혐오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여성 집회 참가자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서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다’는 식으로 소개하는 건,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혐오”라고 짚었다. 이씨는 “집회에 참여한 여성은 외모를 평가당하러 나온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가하려고 나온 것이다. 이런 내용을 지적하면 과민하다고 하지만, 여성혐오가 깊이 스며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지 방준호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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