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난 3월 단독 면담해 케이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추가 지원해달라 한 것은, 최순실씨의 구체적 사업안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최씨와 범행 계획을 공모한 뒤 직권을 남용해 롯데 쪽에 추가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일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신 회장을 독대한 직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케이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상황을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케이스포츠재단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최씨는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설립(1월12일)한 뒤, 같은 해 2월께 기업 자금 지원으로 전국 5대 거점 지역에 체육시설을 건립해 관련 이권 사업을 더블루케이가 맡는 사업안을 만들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신 회장은 박 대통령과 만난 직후 이인원 전 정책본부장(사망·부회장)에게 박 대통령의 자금지원 요청을 지시했고, 최씨는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등에게 “롯데와 얘기가 다 됐으니 롯데 관계자와 만나 협조를 구하면 돈을 줄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고 이사 등은 3월17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을 만나 75억원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은 케이스포츠재단, 롯데 관계자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검찰은 이 일련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와 범행 계획을 적극 공모하거나 동조해 롯데 쪽에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자금 지원을 협의하던 중 ‘미르와 케이스포츠 등에 이미 많은 자금을 출연했고, 제시한 사업계획의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재단 쪽에 지원액을 35억원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인원 부회장은 “기왕에 그쪽에서 요구한 금액이 75억원이니 괜히 욕얻어먹지 말고 전부를 출연해주는 것이 좋겠다”며 75억원을 제공할 것을 지시했다. 재단 요구에 요구에 불응할 경우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결국 지난 5월25일~31일 롯데그룹은 롯데제과·롯데카드·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캐피탈·롯데칠성음료 등 6개 계열사를 동원해 70억원을 송금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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