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요구 범국민 4차 행동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저들이 낮게 갈 때 우린 높게 간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엘시티 비리 의혹’ 엄정수사를 지시하는 등 국정 주도권을 되찾으려 ‘반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친박단체들은 ‘맞불 집회’ 열어 욕설하고 취재진을 폭행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지난주보다 더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끌었다.
19일 낮 1시께부터 자정까지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범국민행동은 경찰 부상자와 시민 연행자 모두 발생하지 않은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이날은 경찰과 대치하는 선두에서 누군가 일어나 경찰과 몸싸움을 하려고 하면, 시민들은 “평화시위” “앉아라”라고 외치며 제지했다.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꽃을 건네자, 꽃을 받은 경찰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시민들은 내자교차로에서 방송차 위에 올라 자유발언을 하고, 사물놀이패의 장단에 춤을 추고, ‘하야송’을 부르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시민 정요섭씨는 “경찰들도 촛불 들고 ‘박근혜 퇴진하라’고 외치고 싶지 않겠습니까. 경찰들과 싸우지 맙시다. 비폭력 시위합시다”라고 자유발언을 해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내자교차로까지 늘어선 경찰 차벽에 수만개의 알록달록한 꽃 그림 스티커를 붙여 차벽을 ‘꽃벽’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이강훈 작가의 제안으로 예술 크라우드펀딩 ‘세븐픽처스’가 경복궁역에서 나눠준 스티커였다. 이 작가는 트위터에서 “시민들을 가로막고 서 있는 차벽과 전경들의 방패를 꽃들로 채워보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폭력적이지 않지만 적극적인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썼다. 이마저도 밤 11시가 넘어가자 수십명의 시민들이 “우리가 안 떼면 의경이 고생한다”며 자정이 넘도록 스티커를 떼넸다.
반면 박 대통령 지지세력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극우·친박 단체 80곳이 같은 날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연 ‘맞불 집회’에선 폭력과 욕설이 난무했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무대에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에서 8000억원을 걷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날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현장에 나온 <제이티비시>(JTBC) 취재진을 때리고 촬영 장비를 파손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난동세력 진압하라” “빨갱이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란 극단적인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4차 범국민행동 본집회에 나와 공연을 한 가수 전인권씨는 “박사모가 때리면 그냥 맞으세요. (그동안)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맞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폼나는 촛불시위 합시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방준호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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