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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국 100만…촛불은 끝까지 타오른다

등록 2016-11-20 00:58수정 2016-11-20 01:17

19일 4차 촛불집회 전국서 열려
시민들이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4차 범국민 행동이 열린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네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시민들이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4차 범국민 행동이 열린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네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00만 촛불’은 더욱 거세졌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촛불 봉화’는 전국으로 번졌다. 서울 60만, 부산 10만, 광주 4만, 경남 2만5천, 대구 2만5천, 전남 1만5천, 강원 1만2천…. 19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범국민행동’에선 전국 70여곳에서 100만개가 훌쩍 넘는 촛불이 켜졌다. 지난 주말 ‘100만 촛불’ 이후 ‘역공’에 나선 박 대통령의 태도에 시민들의 분노는 더 큰 촛불로 타올랐다. 박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극우보수단체의 목소리는 100만명이 내뿜는 거대한 함성에 묻혀 버렸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로 향하는 경복궁역 앞에 모인 수만개의 촛불은 이미 마음 속에서 지워버린 대통령의 어리석음과 무모함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장기 농성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구요? 글쎄요. 박 대통령이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는데, 미니시리즈도 4~5회로 끝나지는 않지요. 우리 촛불도 대통령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계속 켜질 겁니다.”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요구 범국민 4차 행동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요구 범국민 4차 행동 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4차 촛불’은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물리적 충돌 우려가 높았다. 경찰이 광화문 앞 율곡로 등의 거리행진에 대해 금지통보를 하고, 박사모와 극우보수단체들은 대규모 맞불 집회를 예고한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오전 지난주 집회와 같이 청와대에서 1㎞ 떨어진 사직로와 율곡로 행진을 허용했다. 청와대에서 500m 떨어진 경복궁 양옆 자하문로와 삼청로는 낮동안 2시간30분 동안만 행진을 허용했다. 지난 주말 집회보다 거리행진 허용 범위와 시간을 더 넓힌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집회, 시위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의 집회들과 같은 연장선에 있는데, 기존의 집회들이 모두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신청인 쪽의 평화집회 약속과 기존 집회들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던 성숙한 시민의식과 질서의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집회 시위도 평화롭게 진행되리라 보인다”면서 사직로, 율곡로 구간의 행진을 재차 허용했다.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헌법 수호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에서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 모자에 박 대통령 얼굴이 있는 배지를 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헌법 수호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에서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 모자에 박 대통령 얼굴이 있는 배지를 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역광장의 ‘박근혜 구하기’ 맞불 집회도 변수였다. 박사모 등 80여개 극우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7천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집회에서는 “좌파 새끼들 때려잡기 위해 여기에 모이신 겁니다. 여러분. 박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기본권까지 말살하는 빨갱이 짓거리를 당장 멈춰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야반대 탄핵반대 헌법대로 수행해라’ ‘수백명의 도적떼들 국회는 깨끗하냐’ ‘헌법기능 사수하여 대한민국 살려내자’ ‘정권탈취 유린말고 민생부터 신경쓰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 중에는 ‘빨갱이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라는 손팻말을 들고 행사 진행 도중 “빨갱이 몰아내자” “빨갱이 나가라 XX새끼” 등 소리 지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오후 4시께 거리행진에 나서면서 촛불집회 참가자들과의 마찰이 우려됐지만, 촛불집회 본행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인 오후 5시께 경찰이 저지선을 막아선 숭례문 앞에서 회군했다.

본집회에 앞서 경찰은 서울 도심 일대에 202개 중대 1만8천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거리행진에 대비해 청와대로 통하는 서울 내자동 사거리와 동십자각 앞을 최종 저지선으로 삼아 차벽을 쳤다. 경찰은 병력 대부분을 이 두 곳에 집중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범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7시30분 본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에서 율곡로를 따라 서쪽인 내자동 쪽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전국 100여곳에서 동시에 열린 촛불집회에 대비해 모두 253개 중대 2만25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행사를 마친 시민들이 경복궁역 앞에서 경찰과 대치 도중 한시민이 경찰에게 꽃을 주려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행사를 마친 시민들이 경복궁역 앞에서 경찰과 대치 도중 한시민이 경찰에게 꽃을 주려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
마음이 급한 시민들은 본집회가 시작하기 전인 오후 7시부터 청와대로 향하는 내자동교차로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본집회가 끝나고 오후 8시30분께 거리행진이 시작되면서 내자동교차로에는 한 때 10만명에 가까운 촛불이 몰렸다. 수만명의 시민들이 경복궁역 앞 내자교차로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했지만 지난 주말같은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이동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자유발언을 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경찰은 대치 초반엔 몸싸움하던 시민 1명을 경찰 대오로 끌어들인 뒤 뒤쪽으로 내보냈지만 연행하지는 않았다. 경찰과 대치하는 선두에서 누군가 일어나 경찰과 몸싸움을 하려고 하면, 시민들은 “평화시위” “앉아라”라고 외치며 제지했다. 대신 시민들은 저녁 8시께 진입한 방송차에서 진행하는 자유발언에 호응해 구호를 외치거나 ‘하야송’을 부르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내자동교차로 집회는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대에 평화롭게 끝났다.

‘박근혜 퇴진 제3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린 19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600m) 도로가 사람들로 가득하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박근혜 퇴진 제3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린 19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600m) 도로가 사람들로 가득하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촛불 민심’은 지방 대도시에서 훨씬 더 거세게 타올랐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2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외쳤다. 대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 만이다. 부산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는 부산시민들이 구름같이 모여 있었다. 주최 쪽은 10만명이라고 했고, 경찰은 1만5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시국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고아무개(78)씨는 “예전엔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 따위로 국정을 운영할 줄은 몰랐다. 친구들도 모이면 박 대통령 욕하기 바쁘다. 우리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 박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10만 시국 촛불집회’에 참석한 강신영(24)씨는 휠체어를 탄 채 촛불을 들었다. 강씨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5·18민주광장에 모인 4만여명(경찰 추산 1만9천여명)의 시민들은 ‘하야송’을 한 목소리를 불렀다.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10만 시국 촛불집회’는 지난 12일 촛불 문화제 때보다 8배나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말해요…”

서울 광화문광장 본집회에서 가수 전인권씨는 무대에 올라 자신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렀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전인권씨의 선창에 맞춰 수십만 촛불들은 떼창을 했다. 맞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김지훈 방준호 박수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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