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4차 주말 촛불집회 행진에 경찰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 엘시티’ 철저 수사를 지시하는 등 다시 국정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반격’을 시작했는데, 이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퇴진 요구 시위에도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집회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시민 안전 및 최소한 교통 소통을 확보하고자 불가피하게 내자교차로와 율곡로에서 남쪽으로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까지만 행진하도록 주최 측에 조건 통보했다”고 밝혔다.
주최 쪽은 당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한 뒤 오후 7시 30분부터 새문안로, 종로 등을 거쳐 광화문 앞 율곡로를 지나는 내자동교차로와 안국역교차로까지 행진하는 8개 경로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 중에는 청와대 방면으로 가는 유일한 대로인 자하문로와 청와대 입구 신교동로터리를 거치는 경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새문안로3길은 벽산광화문시대빌딩 △새문안로5길은 도렴빌딩 △세종대로는 시민열린마당 남쪽 △우정국로는 선일빌딩 △삼일대로는 경운학교 △돈화문로는 지유빌딩까지만 행진을 하라고 통보했다. 사직로와 율곡로로부터 200m 가량 떨어진 곳까지만 행진을 허용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12일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내자교차로 인근에서 신고된 시간을 4시간 이상 초과하고, 행진 경로를 벗어나 청와대 방면 진출을 시도하며, 차로를 장시간 점거하는 등 밤샘 불법시위를 하며 집회 신고 범위를 크게 벗어나, 다음날 새벽까지 주변 교통이 마감됐다”며 제한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내자교차로에서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 일부가 경찰을 밀치고 차벽에 올라가거나, 차량에 밧줄을 걸고 방패를 빼앗는 등 불법행위를 해 경찰 8명이 부상되고 시위대 23명을 연행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19일 집회에도 많은 시민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며 “경찰도 당일 집회가 평화적이고 안전하게 마무리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경찰의 행진 제한은 기존의 경찰 방침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청와대에서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4일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집회와 같은 성격의, 같은 목적의 촛불집회 등에 관해서는 법원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 앞으로도 같은 취지와 목적이라고 하면 허용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사직로와 율곡로 행진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미 12일 집회를 보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휘됐다. 시민께 감사하다”며 이런 방침을 밝혔는데, 3일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지난 10일에도 경찰은 사직로와 율곡로 행진을 금지 통고했지만 법원에서 12일 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려 행진을 허용한 바 있다.
한선범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언론국장은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조처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길 바라는 국민의 분노 표출을 가로막고 있다. 경찰의 조처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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