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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여객선 사고’ 문건 작성 때 무슨 일이?

등록 2016-11-17 19:37수정 2016-11-17 23:10

2014년 6월16일~7월15일까지 네이버뉴스에서 ‘세월호’ 검색해보니
16일 <제이티비시> “국정원 ‘여객선 사고’ 문건” 보도 갈무리.
16일 <제이티비시> “국정원 ‘여객선 사고’ 문건” 보도 갈무리.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참사 두 달 뒤에 “비판 세력이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한 투쟁을 제어해야 한다”는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서로 작성해 올렸다고 지난 16일 <제이티비시>(JTBC)가 보도했습니다. ‘2014년 하반기 국정운영 관련 제언’이란 제목의 이 문건을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품 중에서 입수했다며 “이 보고서의 작성 기간이 2014년 6월19일~27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기는 세월호 실종자 12명을 수색 중인 때입니다.

문건은 당시 60%대였던 대통령 지지도가 세월호 참사 이후 40%대 후반으로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보수 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조언을 담았습니다.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라고 칭하며 대통령 지지율 걱정에 빠져 있던 이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이 문건은 그 뒤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 유병언은 오리무중…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으로 지지율 하락세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두 달 째인 2014년 6월16일부터 7월15일까지 한 달 간 네이버뉴스에서 ‘세월호’를 검색해봤습니다. 모두 4만7845건이 검색됩니다. 이 당시엔 정치·경제·사회·스포츠 등 모든 이슈에 세월호가 언급될 때입니다. 국정원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이 기간에 포함돼 있습니다. 뉴스를 분석해봤습니다.

6월16일은 잠수사들이 12명의 실종자 수색을 한참 진행 중인 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중앙아시아 순방국 중 하나인 우즈베키스탄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박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이번 사고(세월호)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가 안전관리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져놓을 것”이라며 “그동안 쌓여왔던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문제들을 추상같이 바로잡고 경제 활성화의 불길을 살려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합니다. ▶관련기사: 박 대통령 “중앙아시아 순방 이유는 ‘유라시아 협력’”

‘친일사관’ 논란에 휩싸여 총리지명 14일 째인 2014년 6월24일 자진사퇴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한국방송> 갈무리.
‘친일사관’ 논란에 휩싸여 총리지명 14일 째인 2014년 6월24일 자진사퇴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한국방송> 갈무리.
하지만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건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입니다. 박 대통령이 “못 잡는 건 말이 안 돼”라며 유 전 회장의 이름을 언급한 지 두 달이 넘도록 검찰과 경찰은 그를 찾지 못하고 가족을 비롯한 최측근을 검거하는데 그칩니다.(▶관련기사: ‘요란한’ 유병언 수사,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유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문창극씨가 ‘친일 사관’ 논란에 휩싸여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습니다. 결국 문 후보자는 지명 14일째이자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69일째인 6월24일 자진사퇴합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연속 낙마하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가 입길에 오릅니다. (▶관련기사: 문창극 “박 대통령에 부담주지 않으려…” 자진 사퇴)

문 후보의 사퇴로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정홍원 총리가 다시 등판합니다. 헌정 사상 첫 유임(6월26일)입니다. 이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세월호에 책임을 안지겠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을 하죠.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사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직접 나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합니다.

이 시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2%. ‘인사 난맥’으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41%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한국갤럽이 6월2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486명)은 △인사 잘못/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38%) △소통 미흡(11%) △‘세월호’ 사고 수습 미흡(9%)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8%)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관련기사: 박 대통령 지지율 42%…취임후 최저치에 1%p 근접)

엄마부대 회원들이 2014년 7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가족 단식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단식 농성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엄마부대 회원들이 2014년 7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가족 단식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단식 농성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노란 리본으로 전국이 성황당” 쏟아지는 막말들

국정원 문건이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시기부터 여당 정치인들과 보수단체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쏟아놓기 시작합니다.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는 6월23일 한 언론사가 주최한 워크숍에서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합니다. (▶관련기사: 정미홍 “세월호 시위 일당 100만원…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죽은 사람 어떻게 돌아오나” 발언 논란)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7월11일 특위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청와대 책임론을 주장하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을 때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느냐”며 세월호 사고를 조류인플루엔자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 등을 넣기 위해 7월14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자 보수단체들도 거리로 나옵니다. 어버이연합, 엄마부대봉사단, 탈북여성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수시로 단식농성장에 나타나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자식이 의사자라니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 등의 피켓을 들고 나와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죠.

올해 4월에 <시사저널>이 보도한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2014년 4~11월 사이 39차례 세월호 반대 집회를 엽니다. 이때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를 보면, 어버이연합은 해당 기간 동안 집회에 모두 1259명의 탈북자를 동원했고, 1인당 2만원씩 장부상 2518만원을 일당으로 지출합니다. 이 일당은 전경련 등이 지급한 것으로 보도됐죠. 유민 아빠인 김영오씨가 48일째 단식을 하던 9월8일에는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단식농성장 주변서 ‘피자파티’를 벌입니다. (▶관련기사 : 일베, 세월호 단식농성장 주변서 ‘피자파티’까지)

“보수 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국정원 문건이 소름 끼치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니겠죠?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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