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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채동욱 전 검찰총장 “검찰, 권력의 개로 남을지 결단해라”

등록 2016-11-17 11:13수정 2016-11-17 15:19

17일, 퇴임 후 3년 만에 첫 라디오 인터뷰
“검찰 세상의 소금 아닌 설탕이 됐다.”
“큰일일 수록 흑백을 바꿔선 안 된다.”
“목숨 내놓고 수사해라. 검찰을 믿는다.”
2013년9월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치루고 퇴임식장인 별관으로 걸어오는 채동욱 검찰총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13년9월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치루고 퇴임식장인 별관으로 걸어오는 채동욱 검찰총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퇴임 후 처음으로 라디오 인터뷰를 하며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남을 것인지, 권력의 개로 남을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17일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해방 이후 국민이 피 흘리며 만들어낸 헌법과 민주주의를,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자들이 유린해버린, 헌법과 민주주의 기본질서 파괴 사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대통령이라든지 정치인이라든지 관련자들 모두가 범죄 혐의가 있을 때는 엄하게 처벌해서 헌정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득권자들은 또다른 최순실을 만들어서 민주주의를 유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정권 차원의 전방위적인 사찰과 이어진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 보도로 사퇴했다.

대기업들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자발적으로 대가성 없이 돈을 냈다’고 진술하고, 박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서 했다’고 하면 처벌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채 전 총장은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사건 때도 ‘다 통치자금으로 받았다’고 했다. 당시엔 정치자금법도 없었다. 결국 포괄적 뇌물수수라는 법리를 개발해 단죄가 가능했다. 단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새로운 법률을 구성하는 것도 노력해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퇴임 뒤 보여준 검찰의 모습이 “대단히 실망스럽고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윤회 문건 사건 같은 경우에는 ‘지라시’라고 가이드라인을 짜서 제대로 수사 못 하고 끝내버렸고,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친박계 의원 다 면죄부 줬다. 또 윤상현, 최경환 등 친박계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도, 선관위 고발사건임에도 무혐의 처분해버렸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제가 수사하다 쫓겨났습니다마는 무죄가 나왔지 않나?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사건 때도 꼬리만 잘려나가는 그런 수사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순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형사8부에 배당했다. 검사 혼자서 그걸 어떻게 하나. 그냥 가지고 있으라는 얘기 아니냐.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민이 거세게 들고 일어나고,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포화를 가하니까 나중에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해가면서 수사에 들어가다 보니까 결국 관련자들한테 증거인멸 시간을 자꾸 벌어준 꼴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권남용으로 수사방향을 잡다 보니까 나중에 불법수익도 다 환수를 하고 추징을 해야 할 텐데 할 수가 없다. 뇌물수수죄로 처단돼야 환수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우병우 수사에도 “가이드라인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태를 최소화시켜서 수습하고자 하는 정권 차원의 노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제의에 대해선 “사적인 감정 없이 역사 앞에서 내 소명을 다 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수락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 12일 열린 제3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 가족들과 나갔다면서 “돈과 힘을 가진 사람들은 제멋대로 법을 무시하고, 그래도 선량한 국민은 나라를, 정의를 바로 세워보겠다고 피 흘렸던 대한민국의 슬픈 현대사가 또 반복되는구나. 5·18 사태나 6·10 사태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그걸 통해서 이러한 민주헌정질서가 확립됐던 것인데 이게 또 허물어져서 또 국민이 나가서 저 고생을 하시는구나. 굉장히 눈물이 많이 났었다. 국민이 역시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일신상의 문제로 인해 대여섯달 만에 결국 중도에 하차한 저 자신에 대해 상당히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제 문제 때문에 ‘이렇게 나라가 됐을 수도 있겠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굉장히 부끄럽고 또 국민한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눈물이 더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빛과 소금의 기능을 해 줘야 하는 게 검찰 본연의 기능인데 빛도 잃어버리고 설탕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국민께서 맡겨주신다면 저는 사감은 없다. 저는 3년 동안 다 내려놓은 사람이다.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서 무엇이든 간에 책임은 다해야 하지 않느냐,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검찰총장일 당시 정권과 타협하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저인들 그런 생각이 없었겠나? 그런데 ‘큰일일수록 흑과 백을 바꾸지는 말자. 흑백을 바꾸려는 기류에 대해서는 내 몸으로 막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며 “제가 그때 타협을 했다면 아마 저는 이 나라에서 살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제가 타협을 했기 때문에 대처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그 뒤에 이렇게 됐다라는 비난의 화살이 저한테 다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 검사들에게 “목숨 내놓고 수사하라”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는 “후배들한테도 꼭 당부하고 싶다. 대형 권력비리 관련 수사는 정치권력, 경제권력 그런 권력자들과의 전쟁이다. 용기와 헌신이 없으면 무조건 진다. 위에서 시킨대로 했다고 해서 검사 개개인의 직무유기가 용서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런 비상시국에서마저 검찰이 권력자들과 제대로 싸워서 정의를 세우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또 길거리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할 거다. 우리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남을 것인지, 또는 권력의 개로 남을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울수록 정도로 가야 후회가 없다. 그러려면 목숨 내놓고 수사해라”라며 “저는 아직 검찰을 믿는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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