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달 뒤 국정원이 “비판 세력이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투쟁을 재점화하려는 기도를 제어해야 한다”, “보수 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서로 작성해 올렸다고 <제이티비시>(JTBC)가 16일 보도했다. 이 시기는 세월호 실종자 12명에 대한 수색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방송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품 중에서 입수한 ‘2014년 하반기 국정운영 관련 제언’이란 제목의 문건 내용”이라며 “‘중도 성향 가족대책위 대표와 관계를 강화해 우호적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는 식의 여론조작 방안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문건은 당시 60%대였던 대통령 지지도가 40%대 후반으로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면서, ‘지지도 상승 국면에서 맞닥뜨린 여객선 사고 악재가 정국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고 적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로 표현했다. 방송은 “진상규명이나 세월호 유가족 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대통령 지지율에 골몰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은 “문건은 정치·공직사회 분야에 대한 제언에서도 ‘여객선 사고 후유증 등으로 국정 정상화 지연이 우려된다’며 정부책임론이 커지는 걸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이나 세월호대책회의,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을 가리켜 ‘비판 세력’이라고 칭하며 ‘이들의 국정 발목잡기가 부담’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문건은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꺼내 든 ‘국가 개조론'에 대해 ‘국민의 성급하고 높은 기대감이 걸림돌’이라고 적는 등 “국민 여론을 비하하는 표현도 나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매체별 논조차이가 심화될 것’이라며 “‘일부 보수지가 정부 비판에 나서는 데다, 방송사 노사 갈등, 종편의 독자 행보 강화가 부담을 준다’고 분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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