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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박 대통령 수사의 난관은? ‘단문장·동문서답’ 화법

등록 2016-11-14 17:12수정 2016-11-14 22:20

‘네·아니오’식 답변 얻는 조사 의미 없어
“최·안 진술 바탕으로 공격적 질문해야”

대면조사 앞두고 검찰 ‘주 공격수’ 고심
한웅재·이원석 부장검사 등 이름 나와
‘박대통령의 변호사’ 누가 될지 관심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검찰 수사의 정점은 오는 16일께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 조사가 찍게 된다. 청와대는 “서면조사도 조사의 한 방법”이라며 여전히 박 대통령을 앞에 앉혀놓고 검사가 직접 조사하는 방법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점도 부담이지만, 박 대통령의 화법 자체가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어 상대방을 무너뜨리는데 능한 검사들을 상대하기 버겁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새누리당 내에서도 대통령 탄핵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여론의 역풍이 클 서면조사를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14일 “서면조사의 경우 청와대에서 질문을 검토하고 작성해서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대면조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검찰은 오는 19일 최순실씨를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 조사 일정을 “늦어도 16일까지”로 정한 직후부터 대통령 대면조사팀 진용 구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을 상대로 진술을 받아낼 주 공격수로는 한웅재(사법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검사가 거론된다. 지난달 초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논란에도 검찰은 부동산 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는 형사8부에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고발 사건을 배당한 바 있다. 한 부장검사는 특별수사본부로 수사팀이 확대된 뒤에도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박 대통령과 독대한 기업 총수들 조사를 맡았다.

‘박근혜’ 이름 석 자를 빼면 최·안 두 사람의 공소장 작성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 부장검사가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과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사건 등 특별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원석(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가 나서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 부장검사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조사하는 한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삼성이 35억원을 지원한 배경 등을 수사하고 있다. 두 사람이 ‘투톱’으로 나서 각각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럴 경우 진술조서를 따로 작성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지난 2009년 4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대검 중앙수사부 조사 당시에는 3명의 검사가 조사실에 착석했다. 우병우 당시 수사기획관이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보며 질문하고 직접 진술 내용을 컴퓨터에 받아쳤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나머지 2명의 검사는 지원만 했다. 조사실 밖에서 수사 지휘부가 시시티브이로 상황을 지켜봤지만 막상 조사가 진행되면 조사 방향이나 질문 등을 즉각 지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검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전에 질문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얼마나 공격적으로 질문을 이끌어 나가는지가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 ‘아니오’라는 답변을 확인하는 식이라면 서면조사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세세한 표정까지 확인할 수 있는 대면조사를 통해 어떤 ‘심증’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평소 단문장·단답형 화법에 비춰볼 때 자칫 ‘최순실씨에게 이용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쪽으로 검사가 심증을 굳힐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노 전 대통령 수사 때 검찰은 자백을 유도하거나 진술의 논리적 모순을 추궁하는 조사보다는 ‘진술의 양’을 늘려 이후 법원에 가서 반대 물증으로 삼는 수사 방식을 택했었다. 변호사로 ‘공격과 방어’에 능했던 노 전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한 검찰 나름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두툼한’ 진술조서를 받아내기까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누리꾼들 사이에 ‘박근혜 번역기’가 유행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화법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주어와 서술어가 안 맞고, 질문 주제를 벗어나 동문서답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실제 대면조사 시간보다 이후 박 대통령과 변호인이 참고인 진술조서를 다시읽고 도장을 간인하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변호인을 누구로 선임할지도 관심이다. 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진국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삼각편대 삼아 ‘수비 진용’을 짠 바 있다. 대검 중수부 조사실에는 문 전 수석과 정재성 변호사가 입회했었다.

박 대통령 역시 과거 청와대 참모진 중 율사 출신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 등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김 전 비서실장은 당장 자신도 특검수사 등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변호사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를 떠나며 “외롭고 슬픈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했던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변호사 자격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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