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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퇴진 집회 열리는 날, 박정희 추모 굿판 벌여

등록 2016-11-12 18:58수정 2016-11-13 16:15

무당 차림 사람 나와 춤추고 통곡
주최쪽 “오천년 가난을 일거에 혁파”
주민들 “오늘 같은 날…어른답지 못해”
서울 시내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는 12일 또다른 곳에선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굿판이 열렸다.

12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문래공원 박정희 대통령 흉상 앞에서 ‘세계인류세심운동총본부’와 ‘박정희대통령정신문화선양회’가 주최하는 “국태민안·남북통일·세계평화·인류구원 박정희 대통령 광영 천명대천례 탄신 99주기 5·16 천도해원대제”가 열렸다. 무당의 복장을 하고 나온 이들이 굿판을 벌였다. 갑자기 울며 통곡을 하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언론에 제보하기 위해 영상을 찍는 주민들에게 “좌파 아니냐. 찍지 말라”고 촬영을 막기도 했다.

주최 쪽에서 나눠준 행사 홍보물을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성재 대한경신연합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가난한 식민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타고난 의지로 40년간 혼돈과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와 온 몸으로 맞서 이 땅의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오천년간 우리를 괴롭히던 가난과 기아, 봉건 잔재를 일거에 혁파하셨습니다. 식민지 지배와 두 번의 전쟁까지 겪은 우리의 불행한 근현대사에 이 분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습니다”라고 썼다. 이들은 “우리 갱신연합회는 외래종교에 밀려나 음지에서 신음하고 미신으로 폄훼되어 고통을 받았지만 민족 고유의 정통성을 지키려고 악전고투해왔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들 단체는 전국무속대제전 등 무속·민속 무형문화제 공연 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 분노한 일부 문래동 주민들은 구청과 경찰에 민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행사장에는 한 주민이 “탄핵”이라고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1인 대항 시위를 하다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행사 쪽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든 주민을 밀치고, 손팻말을 빼앗아 분질렀고, 이 주민은 “박근혜는 퇴진하라!”하고 소리를 지르며 소동이 빚어졌다. 마이크를 든 남성은 “간판 내려라 임마! 박정희 대통령의 혼령이 자네를 그냥 두지 않아.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5살 아이와 놀이터를 찾은 동네주민 박아무개(36)씨는 행사 관계자들과 다투다 “참담하다. 어떻게 오늘 같은 날에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굿판을 벌일 수 있는지 너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옆에 박정희 흉상을 세워놓고 거기에서 오늘 같은 날 이런 행사를 벌이니 너무 속상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역사를 보여주다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공원 인근 문래청소년수련관 강사 이경래(42)씨는 “너무 서글프다. 이래도 되나?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5%의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 있지 않나. 일부러 이 시기에 맞춰서 굿판을 벌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답지 못하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는 못한 모습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문래동과 양평동 주민들이 많이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번 기회에 다 같이 힘을 모아 흉상 철거를 해야겠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본인들 책임이 있다는 걸 모른다” “다른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데 어른답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와중에 ‘잘못이 없으니 밝혀질 거다’라는 요지의 말을 하고 있는 저분들이 너무 답답하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애들, 어쩌나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김지훈 양선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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