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나와 ‘가족회사인 정강의 자금 유용 여부’를 묻는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롯데그룹이 지난 5월 케이(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낸 70억원을 돌려받기 시작한 시점이, 롯데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있기 바로 전날인 6월9일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정보가 재단을 실제로 운영하던 최순실씨(구속) 쪽에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이 최씨 쪽에 수사정보를 흘릴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최씨의 영향력 아래 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의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정보 유출에 개입했을 정황이 제기되면서 그의 검찰 재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 수사팀은 지난 6월10일 검사와 수사관 등 200여명을 동원해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압색에 대해 “롯데에서 내사에 착수한 사실을 눈치 채고 그룹 차원에서 증거인멸이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받았다. 더 이상 수사를 늦추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속하게 압색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스포츠재단은 검찰이 롯데에 대한 압색 영장을 청구한 6월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롯데 계열사들에 70억원을 돌려줬다.
롯데가 70억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과정은 최순실씨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뇌물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핵심 사안 중 하나다. 재단이 롯데 쪽과 3개월간의 협상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70억원을 며칠 뒤 갑자기 “사업에 필요한 부지 매입이 어려워져 돈을 돌려줬다”며 돌려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검찰의 주요 수사 관련 정보는 대검을 통해 법무부에 보고된다. 법무부장관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청와대에 보고한다. 당시 검찰로서는 현 정부 들어 첫 대기업 수사인 롯데 수사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압색 정보를 외부로 유출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검찰로부터 수사 정보를 수집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의혹의 시선이 모인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은 “롯데 수사가 (청와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만약 롯데에 대한 수사 정보 유출이 사실이라면 ‘최순실 의혹’의 수사대상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롯데가 이미 두 재단 출연금으로 45억원을 냈는데도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을 추가로 낸 것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선처를 바란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압수수색 전날 재단이 부랴부랴 돈을 돌려준 것은 롯데 쪽의 기대와 달리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지면서 재단 쪽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돈을 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 6월7일 재단 쪽에서 연락이 와 ‘사업에 필요한 부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 뒤 재단 쪽에서 6월9일~13일 롯데케미칼 등 6개 계열사에 돈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이 내사를 하는지 몰랐다. 알았다면 재단 출연자금 70억원을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몇 달 동안 매달렸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의 내밀한 수사정보가 청와대를 통해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재단 쪽에 유출됐다면 형사처벌도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사정당국을 총괄하면서 수사기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우병우 전 수석뿐 아니라 누구든지 이 사건과 관련해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법과 원칙대로 엄격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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