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나와 ‘가족회사인 정강의 자금 유용 여부’를 묻는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6일 소환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여전히 ‘당당’했다. 자신이 왜 검찰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불만에 찬 표정이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검찰에 가서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히 가족회사인 정강의 자금 유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매서운 눈빛으로, 질문한 기자를 잠시 노려보기도 했다. 이날 우 수석의 태도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특별수사팀장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우 전 수석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차를 함께 마시며 진실 규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같은 곳에 함께 근무했다. 윤 고검장은 수사팀 구성 75일 동안 우 전 수석의 소환을 미루다 그가 민정수석직에서 경질된 뒤에야 소환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을 상대로 가족회사 ‘정강’을 통해 생활비를 횡령했다는 의혹과 경기 화성에 차명으로 보유한 처가 쪽 땅을 공직자재산신고 때 허위로 신고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또 우 전 수석이 의경 복무 중인 아들의 ‘꽃보직’ 특혜에 개입했는지, 역삼동 땅 거래에 진경준 전 검사장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 됐다.
우 전 수석은 이날 가족과 관련된 개인 비리로 검찰에 소환됐지만,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으로서의 직무유기 등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기밀 유출 등 최씨의 국정농단 행위를 밝혀내 제어하기는 커녕, 이를 묵인하거나 나아가 공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은 이날 저녁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 게이트’를 방치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조응천 의원은 “저도 청와대에서 최순실씨 존재를 알았다. 저를 제거하고 대신 들어간 분이 우 수석인데, 우 수석 지시에 따라 국정을 농단하고 국가가 엉망이 되도록 도운 공직자들이 많다”며 “검찰은 우 수석 개인 비리 뿐만 아니라 이런 부분까지 모두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 전 수석은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을 통해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지난 7월부터 여러 개인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넉달 가까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비선실세의 전횡을 알고 있는 우 전 수석이 이번 사태를 컨트롤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야당에서는 우 전 수석이 최씨와의 인연으로 민정수석에 발탁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현준 엄지원 허재현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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