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6일 오전 9시56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검은색 제네시스 자동차가 섰다. 뒷좌석 문이 열리고 검은색 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내렸다. 우 수석은 이날 횡령·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8월23일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76일만이다. 일주일 전 수석직을 사퇴해 초유의 현직 민정수석 검찰 출석 사태는 피했다.
무뚝뚝한 표정의 우 전 수석이 지검 청사 정문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 앞에 섰다. 기자들이 양쪽 옆으로 달라붙었지만 누구도 응시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 채 서 있었다. “최순실씨 사태 관련해 책임을 느끼냐”는 질문에 우 전 수석은 “오늘 검찰에서 물어보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질문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거만함인지 차분함인지 분간하기 어렵던 우 전 수석의 무뚝뚝한 표정이 흔들린 건, 한 기자가 ‘가족회사인 정강의 자금 유용 여부’를 묻는 순간이었다. 우 전 수석 오른 쪽에 서 있던 기자가 던진 돌발 질문에 당황한 듯, 우 전 수석은 잠시 고개를 돌려 기자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한 채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어 “민정수석 임명에 최씨의 영향력 있었던 게 아니냐, 재산 축소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인사 검증 때) 진경준 전 검사장 주식 보유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우 전 수석은 “들어갑시다”란 말만 반복한 채 조사실로 향했다. 청사 현관 앞에 미리 나와 있던 검찰 관계자 등이 우 수석을 조사실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모셔가는구만….”이라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을 검찰에 고발한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지검 청사 밖에서 “우병우를 체포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우 전 수석은 원래 지난 4일 검찰 출석통보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아 ‘봐주기 조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 때 검찰은 우 전 수석을 비공개 소환하려는 방침을 세웠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철회했다. 우 전 수석은 대신 검찰 출석일을 검찰과 상의한 끝에 언론의 관심 등이 다소 적은 일요일 오전을 택했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인 ‘정강’을 통해 생활비를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강은 직원이 없는데도 지난해 차량 유지비(782만원), 지급임차료(5040만원), 접대비(1000만원), 통신비(335만원) 등 1억3993만원을 비용으로 사용했다. 또 우 전 수석은 의경 아들 꽃보직 특혜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18일 우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우 수석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그동안 검찰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을 제대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를 고심하다, 지난 10월30일 우 전 수석이 경질되면서 소환일정을 조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의 아내 이아무개씨는 우 전 수석이 경질된 다음 날인 10월3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허재현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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