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중심 밤 집회 바꾸자’ 제안 봇물
“낮시간대 집회로 시민 참여 유도하자”
“대규모집회는 노동자, 청년, 여성 나누자”
출퇴근집회, 경적집회 등 다양한 의견 나와
“낮시간대 집회로 시민 참여 유도하자”
“대규모집회는 노동자, 청년, 여성 나누자”
출퇴근집회, 경적집회 등 다양한 의견 나와
“청와대 행진 말곤 없을까요?”
청계천광장이나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기존 방식의 집회를 바꿔보자는 시민들의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는 최대 5만여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시위대는 이날 집회 후 인사동으로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차벽에 가로막히자 “청와대로 향하자”면서 방향을 틀어 광화문광장으로 진출해 세종대왕상에서 경찰과 대치한 뒤 해산했다. 2008년 광우병 집회 당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밤에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홍 교수는 “청계천, 시청 집회 후 청와대로 행진 시도가 언제부턴가 관행이 되었는데, 이게 과연 효과적인 방식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오히려 시민들이 많은 쪽으로 행진을 해보면 어떨까? 애초에 집회 자체도 청계천, 시청 주위 말고 신촌, 강남역 등으로 다원화하고”라고 제안했다. 또한 “시간도 낮에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낮에 집 근처에서 열리는 시위가 있다면 가보기가 좀 더 쉽겠죠. 시민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직접 가세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 효과가 아주 크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것을 본 한 서울대생은 구체적으로 서울을 번화가 중심으로 나눠 시위하자고 제안하는 글과 계획도면을 올렸다. 이 학생은 “어제(29일) 시위대는 시위 주최 측의 인솔로 청와대를 향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광화문광장 앞에서 경찰에게 저지당했고 결국 무기력하게 구호만 외치며 해산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청와대에 가서 담판을 짓자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의경 출신이라고 밝히며 “시위대는 절대 청와대를 향할 수 없다. 청와대를 가도 담판을 지을 수 없다. 경찰의 방패 너머엔 생각보다 치밀한 것들이 계획되어있다. 혹여 청와대까지 당도했다 해도, 그곳엔 이미 더 엄청난 경찰 인력이 동원되어 있다. 청와대는 국가의 수장이 머무는 곳이다. 우습게 볼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학생은 서울 지역 번화가 여러 곳에서 여는 시위를 제안했다. 그는 “시위대가 강남, 신촌, 여의도 등지를 향한다면, 더욱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시위대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모인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권역별로 가까운 지역의 대학 총학생회가 집회를 주도하는 안을 제시했다. 6개 권역으로 나눠, ‘서초역→강남역’ 구간은 서울대, 숭실대, 중앙대 등이, ‘신촌역→서대문역’ 구간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 ‘한성대입구역→대학로’ 구간은 고려대, 성균관대, 동국대 총학생회 등이 나눠서 행진하고 집회를 열자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많은 제안이 페이스북 등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홍명교 <오늘보다> 편집위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곳에서 집회를 열되, ‘일하는 사람’, ‘청소년·청년’, ‘여성’으로 구획을 나눠서 집회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홍씨는 “기존의 구획이라면 노동자, 농민, 청년 학생, 시민사회 이런 식으로 아주 식상하게 나뉠 것이다. 노동자판은 민주노총이 사회 보고, 농민판은 전농이, 청년판은 청년단체들이, 시민사회는 참여연대가 하는 식으로 예측이 가능한 판은 신명 나게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인 노혜경씨도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정된 장소에서 무대를 만들지 말고 행진을 하며 자유롭게 발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무대 만들고 마이크 오래 잡는 버릇 지닌 사람들 제발 쫌 집회 나오지 마세요. 그냥 모여서 행진해요. 한 오백명 모이면 출발해요. 사방에서 모여 출발해요”라며 “모여서 무대 바라보고 세 과시하는 종류의 집회는 2004년 탄핵때나 통한 거예요. 깃발과 마이크와 무대, 이 세 가지는 제발 지양합시다. 2008년에 그토록 실패해놓고도 또 그러면 안됩니다. 가다가 막히면 그 자리에 즉석 연단 세워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발마이크잡고시간끌지말자, #출퇴근시위하자한시간시위, #경적시위하자열두시네시” 등의 대안적 시위방법을 해시태그로 제안했다. 이 글은 260여회 공유되는 등 시민들에 큰 호응 얻고 있다.
페북 사용자 긴수염씨도 “기존의 집회방식은 일단 우리끼리 체력이 소모된다. 느지막한 시간에 행진을 시작하면 차벽, 경찰벽에 막혀 고립되고 물대포 맞고 구호만 외치다 해산명령에 경찰과 몸싸움하던 사람들 사라지고, 도로와 광장이 텅 비는 걸 보면 맥이 빠진다”면서 “집회전략 바뀌어야 한다. 광화문 아니어도, 매일매일 여기저기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평화시위를, 일상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최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서 경찰과 대치 하고 있다.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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