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31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귀국 하루 만인 31일 오후 3시께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 9월 20일 <한겨레>가 재단 미르와 재단 K스포츠 의혹을 보도한 이후, 최씨를 둘러싼 관련 의혹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대통령을 뽑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최순실의 꼭두박씨를 뽑았다’는 한탄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분노와 실망감이 높은 만큼 최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지에 대한 관심도 많다.
검찰 안팎에서는 횡령부터 탈세,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10여개 안팎의 혐의가 거론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낸 의견서를 바탕으로 어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정리했다.
■ 미르·K스포츠 재단 불법 설립 및 기금 유용
두 재단은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출연금을 모아 설립됐다. 이 과정에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변은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이 과거 ‘일해재단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재벌 기업들의 재산 출연 과정 △모금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개입 △재단과 관련된 기록의 날조 등이 닮아 있어, 당시 적용됐던 ‘포괄적 뇌물죄’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종범 수석과 최순실씨 등은 재벌 기업들로부터 금품을 받기로 공모하였고, 이에 따라 재벌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가 인정되므로 형법 제129조 1항 뇌물수뢰죄의 공모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K스포츠재단은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세운 더블루K, 비덱 등을 통해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이어졌다. 최씨가 재단 기금을 유용했다면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자금이 독일 등으로 불법적으로 빠져나갔다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언론 보도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등을 종합하면,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 관련 문서 등을 보고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르재단 이성한 전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30㎝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 매일 밤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왔으며, 최순실씨는 ‘이런 이렇게, 저런 저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JTBC는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 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 관련 문서 등이 포함돼 있었다.
민변은 ‘대통령 보고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확인된다면, 최순실씨 등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30조 3항 등을 위반한 것이 된다고 보고 있다. 최씨가 받은 자료에는 군사기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최씨에겐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 수집탐지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의상이 만들어진 곳으로 추정되는 의상실에서 최순실씨가 재단사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현금을 건네는 장면. 사진 TV조선 영상 캡쳐
한편 TV조선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직접 고르고 비용까지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의상 대금을 최씨가 냈다면 이 역시 뇌물 공여 혐의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