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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특검 전까지…‘십상시 의혹’ 뭉갠 우병우-김수남이 수사지휘?

등록 2016-10-26 21:17수정 2016-10-26 22:28

2년 전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그룹 국정개입 논란
검찰, 문건 내용 수사는 뒷전 문건 유출에만 초점
당시 사정라인 김수남-황교안-우병우 건재
“최순실 수사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 나와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은 놔둔 채 문건 유출만 문제 삼아 기소한 수사를 지휘했던 김수남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민정비서관)이 최근 ‘최순실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비선실세로 지목된 인물만 다를 뿐 문건 내용은 현재 드러나고 있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새누리당도 26일 독립 수사가 가능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특검이 출범할 때까지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 지휘부의 의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감찰보고서를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정윤회씨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비선실세그룹이 국정 정보를 교류하고 고위직 인사에 간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기도 한 정윤회씨를 실세로 지목한 게 다를 뿐, 감찰보고서의 내용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의혹’과 상황이 비슷하다.

청와대는 다음날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빠르게 수사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 행위”, “정윤회 보고서는 찌라시”라며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검찰은 한 달여 동안 수사를 진행한 뒤,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경정이 사설정보지 수준의 정보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신 이들이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했다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사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게을리한 채, 문건 유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서울 강남의 ㅈ중식당에서 이른바 ‘십상시 모임’이 열린 적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보고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사건 배당도 논란이 있었다. 보고서 내용의 진위 파악은 고소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맡기고, 문건 유출 부분은 대규모 부패 사건을 전담 수사하는 특수2부에 맡겼다. 형사1부에는 명예훼손 부분도 함께 수사하도록 했다. 검찰은 정윤회씨와 이재만 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하지 않았고, 문건 작성에 관여한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경정 등은 사무실과 자택을 모두 압수수색했다. 박 전 경정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권력서열 1위, 정윤회씨가 2위, 박 대통령이 3위”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이 사건을 잘 처리한 공로로 민정수석에 발탁됐다.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대검차장을 거쳐 총장에 임명됐다. 당시 수사 지휘 라인에 있던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은 국무총리에 올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당시에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행위가 지금처럼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수남 총장과 우병우 수석이 이번 수사에 관여하는 한 검찰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운영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출석을 거부한 우 수석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여야 참석 의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처가의 땅 차명보유 의혹과 가족회사를 이용한 탈세 의혹 등을 받아온 우 수석은 지난 21일 청와대 비서실 국정감사에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최현준 이경미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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