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학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정문에서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모교 선배인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대학생을 포함해 각계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를 포함해 이화여대·부산대 등 전국 대학교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특검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청소년과 대학교수들도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서강대생들은 26일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일동’이란 명의로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모든 국민과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선배님께서는 더는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정을 비선 실세인 최순실에게 넘겨 대통령으로서 담당해야 할 자격을 상실하였다. 진상규명으로 전말이 밝혀져 국민이 대통령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이날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입니까’란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에게 국정을 넘겨,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 현 사태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그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도 이날 밤 늦게 “우리는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 앞에 놓인 임무가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키고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박 대통령 본인이 져야 한다. 만약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는 “민주주의 파괴의 주범 박근혜 정부는 당장 사퇴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대학생들은 특검을 통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오늘, 대한민국의 주인을 다시 묻는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최순실 국정개입 및 권력형 비리 사태에 대한 성역없는 특검 수사와 이에 따른 엄중한 책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총학생회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이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최순실과의 관계를 사실로 인정한 이상, 지금까지 드러난 국정개입과 권력형 비리, 정유라 특혜 의혹 등을 포함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익대 총학생회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이자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면 최순실의 국정논단, 국기문란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사죄할 것과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을 특검을 수용해 명확히 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37년 전 이곳 부산대학교에서 시작된 부마항쟁은 유신의 심장을 관통하여 민주 사회를 앞당겼다. 사회의 불의를 바로잡는 행동을 선도한 것은 청년 학생들이었다”며 “정치권은 지금의 불의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역할을 다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초유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책임져라”고 요구했다.
대학가에 번지는 시국선언 물결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 발표를 논의 중이며, 동국대 총학생회도 전국 대학 20곳과 연대해 '전국대학생 시국선언'을 계획 중이다. 최순실의 모교인 단국대도 총학생회가 28일 ‘박근혜 정부 퇴진, 최순실 규탄 시위’를 연다.
이날 저녁 광화문 광장에선 ‘2016청년총궐기 추진위원회’가 연 ‘박근혜는 하야하라, 분노의 버스킹’이 열려 200명의 청년들이 참가했다. 27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들이, 성균관대에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소속 성균관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