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뿐 아니라 청와대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최씨에게 인사 관련 사안을 보고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티브이조선>(TV조선)은 25일 “최씨 측근들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민정수석 추천 관련 문건을 입수했다”며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고 전했다. 이 문서 가장 위쪽엔 ‘현재 민정수석'이라며 2014년 6월까지 재직했던 홍경식 전 민정수석의 사진과 프로필이 적혀 있고, 당시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김종필 법무비서관의 사진과 프로필도 나와 있다. 방송은 “(문서) 맨 아래엔 홍 수석의 후임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감사위원이 추천돼 있고 출생지와 출신 고교, 대학 경력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2014년 6월12일 김영한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을 민정수석에 내정했다. 문건대로 인사가 이뤄지지는 않은 셈이다.
<티브이조선>은 김종 차관이 최씨에게 자기 쪽 사람의 이력서를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방송이 입수한 지난 2014년 3월14일 이메일에는 “김 차관님, 수고가 많습니다. 이력서 송부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파일이 첨부돼 있는데, 김 차관이 이를 최씨의 측근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방송은 또 김 차관이 운전기사 없이 늦은 밤 서울 강남의 빌딩 레스토랑에서 최씨를 직접 만났고, 현안과 인사문제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은 역대 최장수 차관으로 재임하고 있으며,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김 차관은 “최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TV조선이 25일 공개한 최순실씨 관련 영상. 최 씨의 측근 사무실에서 확보한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제목의 문서를 토대로 "최 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서에는 2014년 6월까지 재직한 홍경식 전 민정수석 등 당시 현직 비서관들의 사진과 프로필은 물론 후임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당시 감사원 감사위원이 추천돼 있다. 곽 감사위원은 실제로 민정수석에 임명되지 않았으며, 인선이 달라지는 과정에 최 씨가 개입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2016.10.25 TV조선 캡처/연합뉴스
<제이티비시>(JTBC)는 최씨가 국가 안보 기밀이 담긴 문건도 받아봤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자격으로 2012년 12월28일 오후 3시에 이명박 대통령과 40분간 배석자 없이 독대했는데 최씨가 (회담 4시간 전인) 오전 10시58분에 사전 시나리오를 받아 읽었다”고 전했다. 최씨가 전달받은 이 시나리오는 △모두 말씀 △현안 말씀 △마무리 말씀으로 구성돼 있다. 방송은 “사전 시나리오를 보면, 박 대통령이 외교 안보 분야에선 지금 남북간 접촉이 있는지를 묻는다. 또 우리 군이 북한과 3차례 비밀 접촉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며 “국가 안보 기밀이 담긴 시나리오가 최씨에게 먼저 전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교부, 우정사업본부 등이 작성자로 되어있는 문건들도 최씨의 태블릿피시에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인수위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제이티비시>는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선임 관련'이라는 문건을 보면 당시 대변인 인사에 대한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방안과 함께 스탠스까지 보고한다”라고 보도했다. 또 ‘역대 경호처장 현황’ 문건엔 군 출신에 대한 장점을 서술했는데 이 문건이 작성된 지 한 달 뒤 장관급으로 격상된 청와대 경호실장에 군인 출신인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김창금 정은주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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